[IT조선 최용석 기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장치를 AP(Application Processor)라고 한다. AP는 쉽게 말하면 PC로 따지면 CPU 역할을 하는 기술집약적 부품이다.

 

AP 안에는 CPU와 그래픽 코어, GPU는 물론 모바일 D램과 플래시 메모리 등이 모두 들어가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LTE 등 통신칩을 포함한 AP를 사용하고 있다.

 

AP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을 이해하는 기본 바탕이다. PC 분야에서 ‘인텔’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쉽다.

 

AP 시장은 지난 몇 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빠른 성장세를 생각하면 당연하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모바일 AP 시장 규모는 11억 9250만개에 이른다. 2012년 7억 9900만 개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치다.

 

스마트폰 AP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업체는 퀄컴이다. 퀄컴은 34.8%에 이르는 높은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중국 업체인 미디어텍이 17.8%, 애플 14.3%, 스프레드트럼 14.2%, 삼성전자 6.3% 순이다.

 

수량으로 보면 퀄컴의 독주는 압도적이다. 전체 시장에서 퀄컴이 차지하는 비중은 53.6%에 이른다. 다음으로 애플이 15.7%, 미디어텍 9.7%, 삼성전자 7.9%, 스프레드트럼 4.3% 순이다.

 

 

모바일 시장의 막후실력자, ARM

 

이렇게 AP 시장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건 퀄컴이지만 AP 시장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려면 숨은 실력자 ‘ARM’을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현재 판매중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AP는 ARM 설계를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오는 2018년까지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AP 시장에서 ARM 계열의 점유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 2018년이 된다고 해도 83%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ARM이 설계한 제품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ARM은 AP를 설계만 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ARM이 라이선스 계약을 한 곳은 2012년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퀄컴, 엔비디아 등을 비롯해 954곳에 이른다. ARM 설계를 바탕으로 삼아 판매된 제품 수만 해도 400억 대가 넘는다. ARM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대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를 막후실력자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ARM 코어텍스 A15 (사진=ARM)

 

ARM이 이렇게 공장 하나없이 설계만으로 시장을 주도하게 된 데에는 낮은 전력소비량이 한몫했다. 지금은 차이가 많이 줄었지만 ARM은 PC시장의 지배자 인텔의 x86 아키텍처보다 뛰어난 전력소비량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자면 인텔 AP ‘클로버트레일’의 경우 가장 낮은 TDP(Thermal Design Power/ 전력소비량)가 1.7W다. ARM 설계를 적용한 스냅드래곤 800은 2.5W다. 인텔은 듀얼코어, ARM은 쿼드코어다. AMD가 지난해 선보인 테마시의 경우 가장 낮은 TDP가 3.95W였다.

 

TDP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ARM은 아직까지 전력소비량에서 우월한 입지를 갖고 있는데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생태계 자체가 ARM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앱이 많아 인프라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ARM이 x86 계열보다 유리한 전력효율을 발휘하는 까닭은 CPU 아키텍처에서 발생한다. x86이 CISC 기반인 데 비해 ARM은 RISC 기반 아키텍처다. CISC가 고성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RISC는 저전력에 초점을 맞춘 아키텍처다.

 

 

퀄컴이 AP 시장을 지배하는 이유

 

보다 더 현실적인 면을 따져보자. AP를 생산하는 업체는 많다. 이들 중 대부분은 ARM 설계를 기반으로 칩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는 물론 미디어텍이 만드는 프로세서도 마찬가지다. 이들 AP의 스펙 표를 보면 ARM 코어텍스-XX 식으로 기재돼 있다. ARM의 어떤 설계를 바탕으로 했는지 나타내주는 것이다.

 

스마트폰 AP시장에서 퀄컴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진 이유는 퀄컴이 원래 통신 분야 전문업체이기 때문이다. LTE나 LTE-A 칩 같은 건 퀄컴 통신칩을 살 수밖에 없을 정도다.

 

스마트폰 시장 초기에는 통신용 칩과 AP를 따로 판매했다. 하지만 퀄컴은 통신칩과 AP를 한데 묶은 통합 AP 판매로 방식을 전환했다. 삼성전자가 AP를 따로 만들지만 스마트폰 제조사가 퀄컴 프로세서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퀄컴 스냅드래곤 (이미지=퀄컴)

 

엔비디아나 삼성전자 같은 곳이 통합 칩을 만들어도 실제 시장에 적용하기 어렵다. 엔비디아의 경우 통신 칩을 포함한 통한 AP를 선보이긴 했지만 막상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퀄컴 칩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물론 태블릿 시장에선 이야기가 다르다. 태블릿 제품은 LTE 같은 이동 통신지원 모델보다 와이파이만 지원하는 모델이 잘 팔린다.

 

같은 ARM 계열 설계를 사용했다면 어떤 AP를 탑재한 제품이 좋을까? 각 제품의 AP는 사실상 그래픽프로세서(이하 GPU)에서 차이가 난다. 애플이나 퀄컴을 제외하면 대부분 ARM의 레퍼런스 설계를 그대로 사용한다. CPU 코어 자체는 똑같다는 얘기다. 남는 건 GPU다.

 

 

인텔→윈도태블릿, ARM은 세대 확인을..

 

시중에서 태블릿 제품 구매 시 AP 기준으로 분류하면 크게 ARM 계열과 인텔 계열로 나눌 수 있다.

 

인텔 프로세서가 많이 쓰이는 제품군은 ‘윈도 태블릿’이다. PC와 같은 운영체제를 쓰기 때문이다. 제품 스펙 표를 보면 ‘아톰 ZXXX’식으로 표시가 되어 있는데, 일반 소비자들은 프로세서 넘버보다 AP ‘세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아톰 프로세서 중 현재 최신 모델은 ‘베이트레일’이다. 지금 구입한다면 베이트레일 이상 세대 칩을 사용한 태블릿을 사는 게 좋다. 이전 세대 칩인 ‘클로버트레일’은 같은 CPU속도일지라도 베이트레일보다 CPU는 2배, GPU는 3배까지 성능이 떨어진다.

 

▲ 인텔 베이트레일 (이미지=인텔)

 

스펙을 제대로 표기해 놓지 않은 일부 수입사 제품의 경우, 클로버트레일 프로세서임에도 불구 하이퍼스레딩 등 소프트웨어적인 조건을 섞어 쿼드코어로 표기한 사례가 있다. 소비자는 이점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인텔 아톰 프로세서 중 쿼드코어가 처음으로 나오기 시작한 건 베이트레일부터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구입한다면 무조건 ARM 계열을 택하는 게 좋다. ARM 계열 칩은 코어텍스 A7이나 A9, A15 같은 식으로 표기 되어 있다.

 

저가형 모델은 코어텍스 A7 같은 저전력에 초점을 맞춘 칩을 쓴다. 고성능 모델은 코어텍스 A15 레벨의 칩을 사용한다. 삼성 엑시노스 옥타 모델의 경우 8개 코어 중 4개는 코어텍스 A15, 나머지 4개는 코어텍스 A7을 혼용해 만들었다.

 

30만원 이하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경우 코어텍스 A7이나 A9 칩이 많이 사용된다. 아울러 이 가격대 제품은 중국 제조사가 만든 AP를 많이 쓴다. 올위너나 미디어텍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미디어텍은 AP시장 점유율도 상당히 높다. 성능도 퀄컴 등 유명 회사의 동급 제품과 견주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칩 설계 자체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또 숫자가 높으면 최신 모델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상위 모델은 아니다. 예를 들어 ARM이 얼마 전 발표한 코어텍스 A17은 최신 칩 설계지만 보급형 모바일 제품을 겨냥한 것이다. 기존 코어텍스 A9보다 성능이 60% 가량 높다고 한다.

 

최용석 기자 rpc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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