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가 국내 PC 제조사와의 파트너십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보급형 PC와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에서 윈도 운영체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MS는 자사의 주요 OEM 파트너사와 함께 윈도 디바이스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MS의 글로벌 OEM 파트너인 레노버와 HP, 국내 PC 업체로는 한성컴퓨터가 참석해 양사간 협력으로 정품 윈도 운영체제를 탑재한 보급형 데스크톱 PC 및 노트북, 태블릿 PC 등을 선보였다.

 

▲한국MS가 OEM 파트너사와 협력해 선보인 정품 윈도 탑재 데스크톱 PC 및 노트북 제품들(사진= 한국MS)

 

한국MS가 OEM 생태계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다. 특히 레노버, HP, 델, 에이서, 에이수스와 같은 글로벌 업체 외에도 TG삼보, 주연테크, 대우루컴즈, 한성컴퓨터, 다나와, 아이코다, EX코리아 등 국내 중견·중소 PC 업체들과도 적극 손을 잡았다. 그 결과 한국MS의 OEM 파트너사는 지난해 7개에서 현재 15개로 2배 이상 늘었다. 한국MS는 파트너를 올해 말까지 20개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처럼 한국MS가 하드웨어 OEM 파트너 확보에 적극 나선 배경은 최근 MS의 변화와도 궤를 같이 한다. 앞서 MS는 사티아 나델라 CEO의 주도 하에 스스로를 플랫폼&생산성을 위한 기업으로 재정의하고,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전사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문제는 MS가 모바일 디바이스 분야에 있어서는 후발주자라는 점이다. MS만의 소프트웨어 강점을 녹여내고자 디바이스&서비스 전략을 내세우기도 했으나, 그 첫 시도였던 ‘서피스’ 시리즈는 시장에 별다른 울림을 주지 못하고 MS에 큰 손실만을 남겼다. 윈도폰도 여전히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MS는 기존 하드웨어 시장 강자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노선을 택한 셈이다.

 

그 결과물이 파트너 제조사에 공급되는 ‘윈도 8.1 위드 빙’이다. 윈도 8.1 위드 빙은 9인치 이하 모바일 기기에는 무료로 제공되며,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생산된 제품에 한해 기존 라이선스 가격의 약 1/3~1/4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된다. 익스플로러의 검색엔진을 MS 빙으로 초기 설정된 점만 다를 뿐, 기본적으로 윈도 8.1의 모든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일종의 OEM용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 뿐만 아니라 완제품으로 OEM 파트너사들이 윈도 디바이스 출고 시 인증 측면에서 요구했던 사항도 대폭 하향 조정됐다. 제품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면 협의를 통해 크게 필요하지 않은 기능은 제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조사들이 윈도 디바이스 시장 진입을 위한 문턱을 낮췄다.

 

▲장홍국 한국MS 컨수머 사업본부 디바이스 파트너 사업부(OEM) 상무(사진= 한국MS)

 

장홍국 한국MS 컨수머 사업본부 디바이스 파트너 사업부(OEM) 상무는 “MS와 OEM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제조사 입장에서는 제품 제조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소비자들에게 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고 설명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원가절감 외에 품질관리가 용이해지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임태혁 한성컴퓨터 품질혁신팀 주임은 “미리 정품 운영체제가 설치돼 제품이 출고되기 때문에 초보자도 즉시 사용 가능한 점은 물론이고, 불법으로 설치한 트윅 버전 윈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줄어들어 보다 수월한 고객 대응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성컴퓨터는 지난 6월부터 정품 윈도 8.1 위드 빙이 탑재된 30만원대 보급형 노트북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사진= 한성컴퓨터)

 

현재 국내에 출시된 윈도 8.1 위드 빙 탑재 데스크톱 PC 및 노트북은 30만원 초반에서 후반대 가격의 보급형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가격대가 비교적 높은 중고급형 제품의 경우 정품 윈도 탑재로 인한 추가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탓이다. 기존에는 정품 윈도 탑재 여부에 따라 약 10만원 내외의 가격차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보급형 제품은 운영체제에 들일 비용을 하드웨어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보급형 데스크톱 PC 및 노트북의 경우 극단적인 가격 절감을 위해 운영체제까지 뺀 일명 ‘프리도스’ 제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상반기 노트북 판매량 자료에 따르면, 전체 판매량 중 운영체제 미탑재 제품의 비중이 7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로 인한 문제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장 상무는 “이미 국내에 소개된 제품 외에도 하반기에는 더욱 많은 제조사들이 다양한 윈도 디바이스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MS는 OEM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종류와 가격대의 윈도 디바이스를 선보임으로써 일관된 사용자경험을 제공하고, 정품 소프트웨어가 확산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