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상훈] 3D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가진 오토데스크가 3D 프린팅 영역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픈소스 3D 프린팅 플랫폼 ‘스파크(Spark)’와 자체 제작한 3D 프린터 제품을 연내에 선보인다. 아직 3D 프린팅 영역에는 표준 플랫폼이 없어 오토데스크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할 경우 우후죽순 난립하고 있는 3D 프린팅 관련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 스파크를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오토데스크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이상훈 전무는 스파크는 안드로이드와 다르고 그런 방식을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기존에 오토데스크가 잘해 온 영역과 새로 부상하는 3D 프린팅이라는 새로운 영역 간의 가교일 뿐이라는 것이다. 오토데스크는 3D 프린팅 분야에서 하드웨어는 물론 플랫폼 SW를 상용화해 돈을 벌 생각도 없다고 덧붙였다. 단, 3D 프린팅이 기존 하이엔드 3D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부문의 매출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한편 이 전무는 3D 프린팅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동참하는 것은 준비할 것도 많지 않고 기존 3D 모델링 데이터도 필요하면 재사용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오히려 3D 프린팅 기술 자체에 대한 편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D 프린팅용 설계도의 저작권 관련해서는 오토데스크 역시 이를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이를 지원하는 기능을 스파크에 추가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오토데스크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이상훈 전무(사진=오토데스크코리아)

 

다음은 지난 11일 삼성동 아셈타워 오토데스크코리아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상훈 전무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Q. 오픈소스 3D 프린팅 플랫폼인 ‘스파크’와 자체 제작한 3D 프린터를 출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어떤 의미인가?

 

먼저 분명히 할 것은 오토데스크는 SW 전문업체라는 점이다. 이번에 3D 플랫폼과 프린터를 발표하지만 하드웨어인 프린터는 단지 스파크가 얼마나 유용한 플랫폼인지를 보여주는 레퍼런스 제품일 뿐이다. 오토데스크는 3D 프린터 제품을 팔아 돈을 벌 생각이 없고, 실제로 이번에 발표하는 3D 프린터 하드웨어는 설계도까지 공개해 공유할 예정이다.

 

현재 3D 프린터 업체가 굉장히 많은데, 문제는 호환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3D 프린팅을 하려면 3D 모델링 파일과 프린터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호환성 문제로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 50% 정도 된다. 역시 SW 호환성 문제 때문에 특정 3D 프린팅 원료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호환성 문제는 현재 3D 프린터 업계 전반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표준 플랫폼에 대해서도 우호적인데, SW 개발 여력이 없는 후발주자들은 특히 절실하고 선발 업체도 3D 프린팅 기술 자체에 집중하느라 표준 플랫폼 구상에 동조하고 있다. 오토데스크는 SW에 강점이 있고 무엇보다 3D를 잘 이해하고 있는 회사다. 우리는 기존 3D 프린터 업체와 경쟁할 생각이 없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SW 분야에서 잘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고, 그 결과물이 완전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스파크다.

 

Q. 오토데스크 입장에서는 인력과 비용, 장비 등 막대한 투자가 들어간다. 스파크를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3D 부문의 플랫폼을 장악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비교하는 것 관련해서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있다. 최근 조사한 3D 프린팅 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업체 순위인데, 오토데스크는 굴지의 3D 프린터 업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미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 플랫폼을 더 장악하겠다는 분석은 전제부터 틀린 것이다.

 

오토데스크는 30년된 업체다. 이제 3D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상당한 입지를 갖고 있다. 반면 3D 프린팅은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고 앞으로 상당히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미 중견 기업 이상은 연구소에서 3D 프린터를 다양하게 사용한다. 앞으로 이 기술이 더 대중화되면 1인 기업도 시제품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대기업이 우리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3D 프린팅 같은 간편한 제조시스템이 확산하면 더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은 창의적인 제품이 나올 수 있다. 소기업은 물론 1인 기업도 부담없이 시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오토데스크는 이러한 경제 시스템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 새로운 변화와 기존에 우리가 잘하던 시장을 연결하는 것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스파크다.

 

Q. 3D 모델링이나 시뮬레이션 분야에서는 오토데스크 외에 다른 쟁쟁한 업체들이 많다. 경쟁사 대비 오토데스크가 이 분야에서 잘 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맞다. 어도비도 우리의 경쟁사이고 지멘스, 다쏘 등도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특정 분야에 경쟁력을 갖고 있을 뿐이다. 반면 오토데스크는 건축부터 제조, 게임, 영화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솔루션을 다 갖고 있다. 특히 우리는 SW로 아카데미상을 받을 정도로 그 어떤 업체보다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우리는 스파크를 완전 무료로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할 것이다. 3D 프린터 업체가 전혀 비용을 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SW 경쟁력과 라이선스 정책 등을 고려하면 스파크는 분명히 좋은 오픈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다.

 

Q. 3D 프린팅 시장 확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신기술에 대한 막연한 걱정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다. 업체 반응을 보면 중소 제조업체 상당수가 3D 프린팅 기술이 발전하면 자신의 기존 시장이 무너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일자리와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3D 프린터로 몇만 개씩 제품을 찍어내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그건 더 이상 3D 프린터가 아닌 대규모 생산설비다. 과도한 우려일 뿐이다.

 

3D 프린팅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을 표현하고 만드는 방법의 하나다. 더 많은 사람이 창의적인 일이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다. 3D 프린팅 기술은 기존 제조업체의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는 것을 인식하고 열린 마음으로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 막연한 우려 중 하나가 기존에 보유한 모델링 파일을 사용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3D 프린팅을 위해 필요한 정보는 형상과 표면 등 매우 제한적이다. 더구나 이미 지나간 구형 파일의 경우 현실적으로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설계 파일이 1000개나 되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지만 실상 이 중 사용하는 것은 길어야 1년 내 생산된 것 20여개 정도다.

 

게다가 최근에는 3D 스캐닝 기술이 상당히 발달했다. 물리적인 형태로만 있는 제품도 스캔해 기본 파일을 생성한 후 여기서 일부 수정하면 간단하게 3D 프린팅을 할 수 있다. 3D 프린팅을 도입해 활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생각보다 쉽다.

 

Q. 오토데스크는 제품군도 다양하고 최근 들어 3D 프린팅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어떤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나?

 

오토데스크는 현재 전체 제품 생산과정의 앞단계, 즉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이미 전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3D 프린팅은 마지막 제조 단계의 핵심 기술이다. 사실 오토데스크는 델켐(Delcam)을 인수해 원재료를 깎아서 제품을 만드는 절삭 가공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했다. 3D 프린팅은 기본적으로 원재료를 쌓아서 제품을 만드는 적층가공 기술이다. 절삭과 적층 방법을 활용하면 현존하는 거의 모든 제조가 다 가능하다.

 

오토데스크의 최근 행보를 보면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는 것부터 실제 제품 제조까지 총망라하는 전체 제품군을 확보하고 이를 점점 고도화하고 있다. 올 연말 스파크 출시는 이 전체 구성의 마지막 조각을 채우는 것이어서 오토데스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오토데스크는 기업 문화 자체가 한번 공언한 일정은 반드시 지킨다. 실제로 150여 개에 달하는 SW 제품이 있지만 예정된 업데이트 일정을 넘긴 적이 거의 없다. 스파크 역시 완성도 높은 플랫폼으로 반드시 연내에 출시될 것이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