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2차 후보군이 김기홍·윤종규·지동현·하영구 4인으로 압축됐다.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16일 서울 중구 명동 KB금융 본점에서 4차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군 4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KB금융 회추위는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해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양승우 딜로이트안진 회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 등 7인을 후보로 추천했다.

 

회추위 측은 외부 평가기관에 의뢰해 약 2주간 이들 후보군 7인에 대한 평판 조회를 진행했다. 이어 회추위 소속 사외이사들은 총 7명의 후보 중 3명에게 차등을 두고 추천한 뒤 상위 득점자 4명을 추려내는 방식으로 2차 후보군을 선별했다.

 

이번에 확정된 2차 후보군 리스트를 살펴보면, 내부 출신 인물 3명과 외부 인물 1명으로 당초 금융권의 예상인 '내부 인물 중용론'이 적중했다.

 

우선 김기홍 전 KB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학자 출신으로, 1999년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에 의해 금감원 부원장보에 발탁돼 보험업계 구조조정을 주도한 바 있다.

 

故 김정태 행장 시절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KB호에 합류했고, 이후 국민은행 수석 부행장과 전략 담당 부행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특히 2007년에는 지주사 설립기획단장을 맡아 그룹 지배구조 기틀을 다지기도 했다.

 

현시점에서 내부 조직원의 반발 없이 위기에 빠진 KB호를 정상화할 수 있는 적임자 중 한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은 재무·전략·영업 등을 두루 경험해 실무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이다.

 

KB 내부에서 뛰어난 전략가라는 평가를 받는 윤 전 부사장은 7년간 몸담았던 KB 경력 때문에 KB를 잘 알고 내부 신망이 높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 KB호의 심각한 분열 상태를 봉합하는 적임자로 인식되고 있다.

 

지동현 전 부사장은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조흥은행 부행장과 LG카드 부사장, KB금융 부사장, 카드사 설립기획단 부단장, 카드 부사장 등의 실무를 두루 거쳤다. 다양한 실무 경험을 한 게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동현 전 부사장은 연구원 출신답게 글로벌 정세에 밝다는 게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KB의 내부 조직을 아우르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금융정세에 정통한 실력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동현 전 부사장은 '학자'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게 단점으로 작용한다. 향후 경선 레이스에서 이 같은 이미지를 감쇄하기 위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 지가 관건이다.

 

외부 출신으로는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2차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하 행장은 초기 KB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군 9인에 이름을 올렸지만,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밝히기를 꺼려해 실명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세간의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성공했다. 이후 하 행장은 실명 공개와 함께 KB금융 회장직에 출마한다는 공식을 선언을 통해 한 차례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최근에는 현직으로 있는 한국씨티은행장에 대한 사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힐 만큼 이번 도전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하 행장은 최근 한국씨티은행 노조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결단력을 보여줬다. 하 행장이 KB금융 회장 인선 과정에서 매번 반복됐던 강성노조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영구 행장에게도 약점이 존재한다. 한국씨티은행장으로 재임하면서 눈에 띄는 경영실적으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진한 경영실적은 위기에 내몰린 KB금융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있을 경선 레이스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아직까지 어떤 인물이 차기 회장에 선출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KB내부에서는 내외부 인물을 떠나 실력있는 금융인이 차기 회장에 선출되길 바라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