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재필] 정부가 이용자 차별을 없애겠다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을 시행했지만, 이통사들은 이를 비웃듯 지난 주말 보조금 대란 사태를 일으켰다. 정부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이번 대란 사태는 이통사가 유통점에 거액의 리베이트를 책정해 준 결과로 발생했다. 판매점들은 단통법 시행 후 판매부진 등으로 휘청댔는데, 이통사 리베이트가 보조금으로 둔갑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경고 조치가 내려지자 판매점들은 개통 단말기를 회수하며 뒷수습에 나섰지만, 누구 하나 '내탓'이라고 하는 이가 없다. 잘못을 인정하기는 커녕 "이 정도 수준이 무슨 ‘대란’이냐"고 주장하는 이통사도 있었다.

 

정부도 잘한 것이 없다. 출시될 때마다 히트를 치는 아이폰 관련 시장 반응을 두고 미래창조과학부 수뇌부가 "단통법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바로 다음날, 코너에 몰린 판매점이 불법보조금을 푼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며 독배를 마시고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은 그리스 시대가 아니다.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가 법 시행 한 달 만에 문제점을 받아들이고 개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고통 받는 단통법을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지금이야 말로 정부가 단통법 개정에 대한 통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적기가 아닐까.

 

최재필 기자 jpcho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