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는 사람과 기술, 문화, 자본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다. 특히 어떤 분야에서든 대표제품으로 자리잡은 소프트웨어는 치열한 시장 경쟁을 헤치고 더 많은 사용자의 선택을 받는, 그만의 매우 특별한 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소프트웨어와 관련 업체의 경쟁력 비밀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IT조선 유진상] 디지털권한관리(Digital rights management, DRM)는 출판자 또는 저작권자가 그들이 배포한 디지털 자료나 하드웨어의 사용을 제어하고 이를 의도한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데 사용되는 모든 기술을 지칭한다.

기존에는 CD나 DVD 등을 이용해 오프라인 상에서 유통되던 많은 음악, 영화 등이 온라인 상에서 유통되고 정당한 금액을 지불하지 않는 불법적인 사용을 차단하기 위해 인증된 사용자가 인증된 기간 동안만 사용가능 하도록 통제할 때 많이 사용됐다.

반면 최근에는 개인정보를 포함한 중요 데이터 유출 사고가 잇따르고 내부 데이터 보안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주로 기업의 기밀 사항을 담고 있는 내부 문서를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사용된다.

DRM 기술 세계 최초 상용화

파수닷컴은 데이터의 생성과 수집, 저장, 관리, 유통, 협업 등 데이터의 생명 주기에 따라 데이터 자체에 대한 원천적이고 지속적인 암호화를 제공하는 DRM 기술을 제공한다.

지난 1998년 세계 최초로 DRM 기술을 상용화한 후 DRM에 대한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꾸준히 이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기업용 제품인 '엔터프라이즈 DRM'은 세계적인 정보보안 어워드인 '인포시큐리티 글로벌 엑설런스 어워드'에서 수상하는 등 기술력과 성능을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파수닷컴의 DRM 기술이 출시와 동시에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조규곤 파수닷컴 대표는 “시장에 DRM 기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다녔는데, 당시만해도 고객들에게 크게 와 닿진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국내에 큰 사건이 발생했다. ‘연예인 X파일’ 사건이다. 지난 2005년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진 ‘연예인x파일’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 광고기획사가 만든 이 파일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DRM 솔루션의 필요성이 기업 전반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후 국내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DRM 도입에 가속도가 붙었고, 최근에는 APT 공격과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DRM 기술이 더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파수닷컴은 2008년 매출 100억 원, 2012년 매출 200억 원을 돌파하고 현재는 국내 DRM 시장 점유율 60%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조규곤 파수닷컴 대표
조규곤 파수닷컴 대표
 

R&D 핵심, 파수 기업부설연구소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기본적인 이유는 기술력이다. 연구개발(R&D)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R&D 부서에 입사하는 신규 개발자를 대상으로 기본 집중 교육 외에 분기/반기 별 정기 교육을 통해 기초 암호학, DRM 기반기술, 개별 제품별 심층 학습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인력구성도 R&D쪽에 집중돼 있다. 전체 인력 250여명 중 순수 R&D 연구인력만 100여명이다. 기술지원 인력을 포함하면 200여명에 달한다. 조 대표는 “국내에 독자적인 기술과 솔루션을 확보한 보안 업체는 10% 남짓”이라며 “특히 DRM 기반의 문서보안 기술은 진입장벽이 높아 쉽게 따라올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DRM은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됨은 물론 여러 OS와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 많은 개발인력들을 통해 꾸준히 기술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파수닷컴 사무실에는 각종 인증서와 어워드 수상 이력이 빼곡하다. 지난 2002년 디지털 이노베이션 대상 최우수상을 시작으로 대통령 표창장, 우수제조기술연구센터 지정, 기업부설연구소인정, 최고기술상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픽스데이, FMT가 아이디어의 시작

파수닷컴 SW 경쟁력의 시작은 매 분기마다 열리는 ‘픽스데이’ 행사다. 모든 부서가 부서 내부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실제 업무에 적용한다. 1등을 한 부서에는 별도 상금을 지급하고, 개발 부서는 픽스데이에 나온 아이디어를 제품 기능을 보완하는 데 적극 활용한다.

 

매주 월요일 아침 조회대신 FMT를 진행한다(사진 = 파수닷컴)
매주 월요일 아침 조회대신 FMT를 진행한다(사진 = 파수닷컴)

 

여기에 매주 월요일에는 조회 대신 FMT(Fasoo Monday Talk)를 진행한다. 매주 임직원 중 3명이 나와 자유 주제로 발표를 한다. 준비하고 실제 발표를 하는 과정에서 작게는 표현력을, 크게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제도다.

조 대표는 “DRM 기술은 우리 시스템만 이해한다고 되는 부분이 아니라 고객의 시스템까지도 모두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SW 기업으로 제 2의 도약

파수닷컴은 올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국내 1위 DRM 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이 목표다. 특히 더이상 보안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SW기업으로 발돋움 한다는 타이틀을 내 걸었다. 문서보안 외에 개인정보보호, 시큐어코딩, 모바일 보안, 클라우드 보안, 콘텐츠 플랫폼 및 통합 유통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양하게 확장해 나간다는 목표다.

 

지난 8월 파수닷컴은 연례 고객행사인 `파수솔루션데이'를 통해 글로벌 SW로의 도약을 선언했다(사진 = 파수닷컴)
지난 8월 파수닷컴은 연례 고객행사인 `파수솔루션데이'를 통해 글로벌 SW로의 도약을 선언했다(사진 = 파수닷컴)

 

지난 8월 파수닷컴은 연례 고객행사인 `파수솔루션데이'를 열고 문서관리 전문 SW 영역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조 대표는 "파수닷컴은 DRM 뿐 아니라 새로운 영역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새롭게 선보인 것이 문서관리 솔루션인 '랩소디'다. 기존의 문서 관리 개념에서 벗어나 서버 또는 개인 PC 등 콘텐츠가 보관되는 위치에 상관없이 효율적인 관리를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2020년 세계 100대 SW 기업 목표

클라우드 보안 서비스도 선보인다. 클라우드를 통해 `공유'하는 문서에도 보안을 적용하기 위해 제공되는 서비스다. 클라우드로 공유되는 문서에 DRM을 적용해 문서의 유통 전 과정에 걸쳐 지속적인 보안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꾸준히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시큐어코딩(소프트웨어개발보안)에도 더 힘을 싣는다는 방침이다. 소스코드의 보안 약점을 최소화해 사이버 공격 위협에도 안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공공기관 도입을 의무화했다.

조 대표는 “파수닷컴이 가장 잘 하고 있는 데이터 보안과 애플리케이션 보안을 IT 환경과 시장의 요구사항에 맞춰 지속적인 업그레이트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며 "오는 2020년까지는 대한민국 1위를 넘어 세계 100대 SW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