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경영적자 상황에서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하 SC은행)이 1조원이 넘는 거액을 본국으로 송금하려는 정황이 포착돼 금융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한국SC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SC은행이 1조원이 넘는 배당금을 영국 본사로 송금하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계획한 문건을 확보했다.

대외비로 구분된 이 문건에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까지 총 1조1620억원을 본사에 송금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채, 이를 실행하기 위해 어떤 정부 고위직 관계자에게 어떻게 접근해서 무슨 로비를 할지 등의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 문건에는 SC은행장이 금융당국 수장과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매달 접촉한다는 계획뿐 아니라, 지난 7월 피터 샌즈 SC그룹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수석 만나는 일정까지도 계획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SC은행의 고배당 논란은 어제오늘 일의 아니다. 2010년 SC은행의 현금배당성향은 62.04%였고, 2011년에는 78.14%를 기록했다. 2012년에는 103%로 벌어들인 돈보다 많은 돈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눠줬다.

특히 한국SC은행은 올해 반기까지 당기순이익이 222억8400만원 손실을 기록했지만, 2500억원의 중간배당이 결정된 상태다. 은행의 경영 상태와 상관없이 배당금액을 꾸준히 늘려가면서 주주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SC은행의 고액 배당이 결국 한국시장에서의 철수를 위한 선행 작업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는 시중은행이 거액의 배당을 하는데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경영상황에 맞는 배당이 이뤄지고 있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은행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과도한 배당이 이뤄질 경우 추가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이 커지자 한국SC은행은 2일 오후 4시50분경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중간배당 규모를 1500억원 이내에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한국SC은행 측은 “5일로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 그룹 본사로 1500억원 이내의 금액을 배당하는 내용의 2014년도 중간배당안을 상정할 예정”이라며 “한국SC금융지주는 이번 중간배당에 추가해 관련 승인 절차를 거쳐 향후 2년간 3000억원 이내의 배당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SC금융지주는 지난 2005년 옛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9년 반 동안 약 4조6000억원을 한국 시장에 직접 투자했다”며 “같은 기간 동안 그룹 본사에 배당한 금액은 이번 중간배당을 포함해 총 4510억원으로, 이는 연평균 투자수익률로는 약 1%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