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새로운 PC가 등장하면 소비자들의 관심은 가장 먼저 ‘성능’에 쏠리기 마련이다. 특히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이나 전문적인 작업을 주로 하는 사용자라면 조금이라도 더 쾌적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높은 성능의 부품으로 구성된 PC를 선호한다.

PC의 성능을 말해주는 여러 지표 중 대표적인 부품으로는 CPU를 꼽을 수 있다. CPU는 PC의 두뇌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PC의 사양을 열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제원이기도 하다. 때문에 PC 시장은 새로운 CPU가 등장하는 1~2년을 주기로 큰 세대교체를 겪으며 현재까지 진화해왔다.

최근 인텔이 공식 출시한 5세대 코어 프로세서 ‘브로드웰’
최근 인텔이 공식 출시한 5세대 코어 프로세서 ‘브로드웰’

CPU는 반도체 기술의 집약체다. 여기에는 얼마나 효율적인 설계를 적용했는지와 함께 하나의 칩에 얼마나 많은 트랜지스터를 담아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CPU 또한 마이크로프로세서유닛 설계와 미세공정의 발전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능 향상을 거듭할 수 있었다.

특히 반도체 미세공정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무어의 법칙’이다. 무어의 법칙은 단위면적당 탑재 가능한 트랜지스터의 수가 2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명제를 품고 있다. 탑재되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많아짐은 곧 CPU의 연산 능력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최근 인텔이 공식 출시한 5세대 코어 프로세서 ‘브로드웰’에서 14나노미터(nm) 공정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등장한 1세대 코어 프로세서 ‘웨스트미어’는 32mn 공정으로 제작됐다. 2년 후인 2012년 3세대 ‘아이비브릿지’에서는 공정이 22nm로 미세화됐고, 5세대 브로드웰에 이르러 14nm에 들어섰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이 새로운 CPU를 선보일 때마다 강조하는 단골 멘트다. 이는 고든 무어가 인텔의 창립자라는 상징성 탓도 있지만, 무어의 법칙을 지킨다는 것만큼 자사의 기술력을 강조할 수 있는 비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를 들어 인텔은 신제품이 전 세대 대비 몇 퍼센트 성능이 향상됐다는 식으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브로드웰을 발표하는 인텔의 자세는 조금 달라 보인다. 물론 인텔은 이번에도 새로운 14nm 공정으로 PC가 얼마나 더 빨라지고, 얼마나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됐는지는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이번에는 이러한 기술의 진보가 소비자들의 생활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것인지에 더 방점을 두는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었다. 진정한 혁신은 하드웨어가 아닌 ‘사용자경험’을 바꾸는데 있다는 것이다.


최근 레노버NEC가 선보인 780g 무게의 13형 노트북 ‘Lavie Z 울트라포터블’
최근 레노버NEC가 선보인 780g 무게의 13형 노트북 ‘Lavie Z 울트라포터블’

실제로 PC를 구성하는 하드웨어 자체는 이미 기존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수준을 넘어섰다. 노트북은 얇아질 대로 얇아져 새로운 유형의 USB 포트 디자인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더 이상 얇아지기 힘들어 보일 정도다. 무게는 1kg의 벽을 깬지 오래다. 그렇다고 성능이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인텔은 브로드웰 발표와 함께 사용자경험을 혁신하기 위한 다양한 융합 기술들도 함께 소개하는데 집중했다. 증강현실을 접목해 몰입형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인텔 리얼센스 카메라와 4K 영상까지 무선으로 전송 가능한 인텔 와이다이(WiDi) 5.1, 능동적으로 사용자를 인지해 패스워드 입력의 불편함을 해소한 인텔 트루 키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불편한 케이블로부터 해방되고, 새로운 몰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인텔의 전략이다.


인텔 리얼센스 카메라는 키보드, 마우스와 같은 전통적인 입력방식을 넘어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인텔 리얼센스 카메라는 키보드, 마우스와 같은 전통적인 입력방식을 넘어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인텔의 행보는 향후 PC 또한 스마트폰과 같이 융합형 기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이는 PC도 언제까지나 숫자로 대변되는 하드웨어 성능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가 관건이 됨을 의미한다. 인텔이 더 이상 외계인을 고문해 CPU를 만들어내는 회사에 머물지 않고, 전방위적인 플랫폼 회사로 거듭나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