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상훈] 남자의 3대 취미를 꼽으면 자동차, 오디오, 카메라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자동차와 카메라에 비하면 오디오 인구는 그 수가 매우 적은데, 그래서인지 세계적인 오디오 신제품이 출시되더라도 그 정보를 쉽게 얻기 어렵다. 

 

오디오라 하면 언뜻 매우 고전적이고 고지식한 제품들처럼 느껴지지만 최신 오디오들은 기술적으로도, 디자인적으로도 과거의 오디오들과 큰 차이를 보여준다. 수준급 성능과 더불어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오브제 오디오 5대를 꼽아봤다. 

댄 다고스티노 Dan D'Agostino
Momentum Stereo(스테레오 파워 앰프)

크렐 창립자인 댄 다고스티노가 자신의 이름을 따 새롭게 만든 브랜드 ‘댄 다고스티노’의 스테레오 파워 앰프. 첫 작품 모너럴 파워 앰프도 있지만 이렇게 생긴 덩치 큰 제품을 2개 넣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을 듯하다. 모멘텀 스테레오는 음색과 음질은 고스란히 가져오고 대신 스테레오 사양을 탑재해 한 대로 구성한 제품이다. 디자인은 오리지널작인 모멘텀과 동일하며 크기도 같다. 내부 사양만 절반으로 줄여 한 대의 파워 앰프 안에 투입한 양상이다. 
통 알루미늄 인클로저로 만든 댄 다고스티노 모멘텀 스테레오 전면 중앙에는 원형 창이 있고 그 주변에 12개의 6각형 소형 나사를 사용해 단단히 고정시켰다. 흡사 아날로그 시계를 연상시키는 디자인 안에는 파워 미터가 장착돼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더했다. 투박한 파워 앰프를 이렇게 음질적으로도, 미적으로도 돋보이게 만든 점은 타사에서도 본 받았으면 하는 부분이다. 
비비드오디오 VIVID AUDIO
G4 GIYA(스피커)
B&W 노틸러스와 스칸디나 스피커의 디자인&설계를 담당했던 천재 엔지니어 로렌스 디키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신생 오디오 브랜드 비비드오디오에서 만든 제품의 신작. 마치 악보의 높은음자리표처럼 둥글게 말린 인클로저가 기존 스피커에 대해 지니고 있던 가치관을 흔들어놓는다. 
신형인 G4는 좀 더 가격을 낮춘 막내 모델로, 상단에 트위터와 미드 로우/미드 하이 유닛을, 그리고 측면 양쪽에 우퍼 유닛을 탑재했다. 조각품을 닮은 디자인에 실력을 의심하게 되지만 막상 소리를 들으면 넓게 펼쳐지는 음상과 대단히 생동감 넘치는 음에 빠져들고 만다. 
오라클 ORACLE
CD2000 Mk3(CD 트랜스포트)
본래 오라클은 턴테이블로 명성을 얻던 기업이지만 CD 플레이어 시장에서도 굳건한 내공을 바탕으로 고음질 CD 트랜스포트를 출시하고 있다. CD 트랜스포트는 CD 플레이어에서 DAC를 분리한 기기로, 오라클의 자랑인 아날로그 턴테이블 재생 능력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어느새 ‘마크3(Mk3)’까지 발표했다. 
 
CD2000 Mk3는 외계인의 우주선인 듯 견고한 금속으로 제작됐으며 진동 억제를 위한 스탠드가 CD 삽입부 바깥쪽에 세워져 있다. CD 트랜스포트지만 턴테이블의 톤암을 올리는 것과 같은 감성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CD를 본체 홈에 얹고 그 위해 묵직한 금속 클램퍼를 올려놓도록 했다. 단단하고 견고한 외형의 느낌 그대로 이 제품은 소리 역시 저음의 펀치감이 상당하고 소리의 디테일과 중고음역이 매끄럽게 들리는, 최고급 사양의 CD 재생기로 잘 알려졌다.  
드비알레 Devialet
Devialet 200(인티앰프)
2008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드비알레는 신생업체지만 첫 제품 출시 직후부터 빠르게 성장했다. 그 성장의 비결은 통신장비 기업인 노텔의 엔지니어 피에르-엠마뉴엘 카멜(Pierre-Emmanuel Calmel)이 아날로그 A 클래스 증폭과 디지털 D 클래스 증폭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증폭 방식을 채용한 결과다. 이로 인해 드비알레 앰프는 크기를 비약적으로 줄이면서도 강력하고 선명한 음을 재생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장점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 비통 모엣 헤네시 회장은 개인적인 자금 투자를 진행해 드비알레를 급성장시켰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얇은 두께와 인클로저 전체가 크롬으로 제작돼 반짝이는 모습은 이 제품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오디오 기기라는 것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성 가득한 첨단 오디오의 산물이다. 
탄노이 TANNOY
Westminster Royal GR(스피커)
전통 있는 영국 스피커 제조사 탄노이의 제품들 가운데서도 거대한 크기와 고전적인 디자인을 가진 제품들이 있다. 바로 프레스티지 골드 레퍼런스 시리즈다. 
 
줄여서 GR이라 표기하는 골드 레퍼런스 시리즈는 장인이 직접 손으로 자작나무를 깎고 가공해 캐비닛을 만들고, 독자 기술인 듀얼 콘센트릭 유닛을 장착한 다음 주변을 황금색 프레임으로 장식하는 호화로움이 특징이다. 이 프레스티지 골드 레퍼런스 GR 시리즈 중에서 웨스트민스터 로열 GR은 15인치 듀얼 콘센트릭 유닛을 사용한 호방함으로 시리즈 최상위 제품을 차지하고 있다. 
 
말이 필요 없는 고급스러움과 빈티지스러움은 오래된 가구 같은 친근감을 주며, 음악 재생 시에도 특히 현악기와 보컬을 맛깔나게 들려준다. 좁은 공간, 모던한 가구보다는 넓은 공간과 앤틱 가구들이 놓인 곳에 설치해야 비로소 자기 자리를 찾은 듯 보이는 아주 드문 제품이다. 
※ 사진 : 각 사 홈페이지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