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SSD] ③차세대 SSD, '저장장치' 패러다임 바꾼다

최용석 기자
입력 2015.10.26 17:48 수정 2015.10.28 07:57

[IT조선 최용석]  몇 년 전 큰 주목을 받으며 등장한 SSD(Solid State Drive)는 기존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비해 몇 배 이상 우수한 성능을 바탕으로 시장에 빠르게 뿌리를 내렸다. 가격도 갈수록 저렴해지면서 HDD가 차지하고 있던 ‘기본 보조저장장치’의 역할도 대체하기 시작했다.

특히 HDD에 비해 열세였던 ‘용량’도 차세대 3D 메모리 기술의 도입으로 빠르게 극복해 나가고 있다. 이미 SSD의 용량은 일반 보존용 데이터까지 넉넉하게 저장할 수 있는 TB(테라바이트)급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그러한 TB급 SSD의 가격도 내년 경에는 일반 소비자의 손이 닿을 정도로 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앞으로 등장할 차세대 SSD는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만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PC는 물론 현재의 IT분야에서 ‘저장장치’가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바꿔버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컴퓨터 시스템은 '주 저장장치'인 RAM(메모리)와 '보조 저장장치인 HDD 및 SSD가 상호 보완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차세대 SSD를 언급하기에 앞서 먼저 PC를 비롯한 컴퓨터의 기본 구조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PC는 흔히 CPU라 불리는 중앙처리장치를 시작으로 메인보드와 메모리, SSD나 HDD 같은 저장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기능이나 용도에 따라 추가적인 하드웨어가 추가되는 방식이다.

메모리(RAM)는 HDD나 SSD에 설치된 운영체제나 애플리케이션을 미리 읽어들이고(로드) 실행함으로써 컴퓨터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방법을 쓰는 이유는 SSD나 HDD에서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불러들이며 실행하는 것이 명령을 처리하는 CPU에 비해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반면 메모리를 구성하는 RAM은 속도가 CPU와 동기화될 수 있을 만큼 빠르지만, 전원이 차단되면 미리 읽어들인 데이터가 모두 사라진다. 즉 당장 쓰는 데이터나 애플리케이션은 메모리에 올려놓고 실행하고, 작업이 끝난 후 결과물의 저장은 HDD나 SSD에 저장하는 절충안이 만들어졌다. RAM을 ‘주 기억장치’, HDD나 SSD를 ‘보조 기억장치’라 부르는 것도 그러한 절충 구조에서 유래됐다.

그러나 차세대 SSD에서는 ‘주 기억장치’와 ‘보조 기억장치’라는 구분 자체가 사라질 전망이다. RAM만큼 빠른 속도와 긴 수명 및 내구성을 제공하면서도 NAND와 마찬가지로 전원이 끊겨도 기록된 데이터가 여전히 남아있는 ‘비휘발성’ 특징까지 갖춘 ‘완전체’로 등장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SSD를 비롯한 차세대 저장장치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인텔의 '3D 크로스 포인트' 메모리 기술 (사진=인텔)
이러한 차세대 SSD에 가장 가까운 것이 지난 7월 인텔이 선보인 ‘3D 크로스 포인트(3D XPoint)’ 메모리다. 인텔 3D 크로스 포인트 메모리는 90도로 교차하는 워드(word) 라인과 비트(bit) 라인 사이에 전압에 따라 반응하는 ‘셀렉터’와 메모리셀이 수직으로 배열된 ‘크로스 포인트 어레이(Cross Point Array)’ 구조를 가지고 있다.

셀렉터는 양 끝에 걸리는 전압의 차이에 따라 메모리 셀에 데이터를 기록하거나 삭제할 수 있으며, 메모리 셀은 인텔과 마이크론이 공동 개발한 새로운 저장소자를 사용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미 인텔이 오래전부터 연구  개발해 온 차세대 메모리인 MRAM(자기저항 RAM) 또는 PRAM(상변화 RAM)의 변형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신 NAND와 마찬가지로 3D 구조를 채택해 대용량 구성이 용이한데다, 기존 반도체 메모리에서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소비전력 및 발열을 늘리는 ‘트랜지스터’가 전혀 사용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들에 힘입어 인텔의 3D 크로스 포인트 메모리는 기존의 NAND 플래시보다 약 1000배가량 빠른 데이터 읽기/쓰기 속도와 약 1000배에 달하는 읽기/쓰기 수명을 자랑한다. RAM의 80~90% 수준에 성능에 전원이 차단되어도 데이터가 고스란히 남아있고 TB급 용량 구성도 어렵지 않아 기존의 RAM와 HDD/SSD의 역할을 동시에 해낼 수 있다. 용도와 성능에 따라 분리되어있는 ‘저장장치’의 패러다임 자체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셈이다.

‘주 기억장치’와 ‘보조 기억장치’의 구분이 없어지면 컴퓨터는 물론 IT 기기의 구조 자체도 바뀌게 된다. 일부러 2가지의 서로 다른 저장장치를 모두 쓸 필요가 없어지면서 저장장치 인터페이스는 단순해지고, 시스템의 성능은 유지하면서 크기와 형태는 더욱 작아질 수 있다. 저장장치의 변화가 IT 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인텔 3D 크로스 포인트 메모리 저장장치는 기존 NAND의 약 1000배에 달하는 성능과 내구성 및 수명을 제공한다. (사진=인텔)
인텔의 계획에 따르면 3D 크로스 포인트 메모리 제품은 올해 말 샘플을 선보이며,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 양산 및 상용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물론 개인용 PC나 기업용 시스템에 당장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NAND 중심의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지난 7월을 기점으로 차세대 신제품, 대용량 신기술 등을 잇따라 공개하는 것도 인텔의 차세대 저장장치 제품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지금껏 이론상으로는 어느 정도 완성됐지만 상용화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신소재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도 다시금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러한 차세대 메모리 저장장치는 SSD라 부르기에는 어폐가 있다. 단지 기술적이 아닌 기능적으로 SSD와 유사하기 때문에 ‘차세대 SSD’의 하나로 구분할 뿐이다.

SSD는 PC를 포함한 IT업계의 저장장치에 대한 개념을 크게 바꾼 바 있다. 곧 실용화를 앞둔 새로운 저장장치가 현재의 IT 하드웨어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기대된다.

최용석 기자 rpc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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