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ICT 기술이 전 세계 보험업계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ICT 기술이 보험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데 비해 국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이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고 ICT 기술을 연계한 보험상품 개발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가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ICT 기술을 활용한 보험 산업이 변하면서 ‘인슈테크(InsuTech, Insurance+Technology)’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혁신적인 보험 상품들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오스카헬스케어(그림=오스카헬스케어)
오스카헬스케어(그림=오스카헬스케어)
 
일례로 구글은 지난해 3250만달러(약 373억원)를 오스카 헬스케어라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오스카 헬스케어는 보험 가입자에게 손목 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를 제공하면서 목표 걸음 수에 도달할 때마다 하루 1달러씩 월 최대 20달러의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정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불과 2년 만에 4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기업 가치도 2조원 정도까지 높아졌다. 

메트로마일 광고(이미지=메트로마일)
메트로마일 광고(이미지=메트로마일)
이 외에도 운동량 등 센서정보를 기반으로 의료보험 요금을 차등화하는 스트라이드 헬스(Stride health), 이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자동차 보험 메트로마일(Metromile), P2P(개인 간)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모네이드(Lemonade), 구에바라(Guevara) 등 130여개의 스타트업들이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드론과 무인자동차까지 연계된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호주의 주리히(Zurich)는 무인자동차와 관계된 보험 상품을 선보였으며, AIG는 드론 보험을 출시해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 ICT 기술과 보험을 결합해 상품개발 단계부터 보험금 지급단계까지 보험업 전반의 사업방식 변화를 촉발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에도 각종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보험 시장 규모(수입보험료 기준)는 생명보험이 128조7077억원, 손해보험 시장은 87조4329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모만 따지면 아시아 톱3에 들어간다. 
 
하지만 인슈테크라는 단어는 국내 시장에서 여전히 생소하다. 생명보험협회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ICT 기술을 활용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ICT 기술을 활용한 보험 상품은 국내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보험사들이 ICT 기술을 연계한 새로운 서비스 도입이 느린 데다가 다양한 규제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련 스타트업도 현재는 전무한 상황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보험산업에서 ICT 기술 도입은 상품개발 단계부터 보험금 지급 단계까지 보험업 전반의 사업방식 변화를 촉발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할 수 있다”며 “감독 당국은 규제 개선을 통해 보험 산업에서의 ICT 기술 활성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