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해 지지 말자’던 구글, 초심은 어디로

유진상 기자
입력 2016.08.17 18:25 수정 2016.08.18 07:00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나쁜 짓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구글의 대표 표어다.

구글이 공식적으로 내 건 것은 아니지만 구글 내부 회의에서 개발자가 제안해 많이 쓰인다. 이익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나 신뢰성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글의 초심을 엿볼 수 있다.


최근 구글이 세계적으로 무단 데이터 수집, 반독점법 위반, 세금 문제 등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 '사악해지지 말자'던 초심을 내던졌다는 비난을 사는 이유다.

8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과 관련해 열린 토론회에서는 구글의 태도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인현 공간정보통신 대표는 "구글은 사악해지지 말자고 했는데, 최근 행태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일개 기업이 국가를 좌지우지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글은 자사를 통해야만 한국의 IT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식민사관을 가지고 매우 오만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희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원도 이 자리에서 "구글은 10년 전 모습을 완전히 잃은 것처럼 보인다"며 "지금은 구글이 움직이면 세계가 움직일 만큼 규모와 기술 등이 다 앞서는 상황에서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쫓고 있는 듯한 모습이어서 실망을 크다"고 밝혔다.

구글이 뭇매를 맞은 이유는 태도 때문이다. 구글은 최근 국토부에 국내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신청했다. 하지만 여론은 구글에 우호적이지 않다. 분단 국가인 한국의 안보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쟁점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날 토론회에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설득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거나, 구글이 아니면 한국에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는 토론회에서 거짓 설명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나 자사의 이익을 위해선 사악한 짓을 서슴치 않는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그는 이 자리에서 "스트릿뷰(Street View) 무단 정보 수집은 구글이 심각성을 먼저 인지해 스스로 공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는 그의 설명과 다르다. 구글은 유럽 정보보호 당국이 스트리트뷰 차량의 와이파이 데이터 수집 조사가 시작되자 이에 대해 부인했다.

구글은 이후 말을 바꿔 데이터 수집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은 의도적으로 무단 정보 수집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스트릿뷰 무단정보 수집 문제는 구글이 약 30여개국에서 스트리트 뷰 사진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보안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은 와이파이망을 통해 개인 간 이메일 등 개인정보까지 함께 수집해 불거졌다.

세계 각국은 당시 구글을 비난했으며 미국과 독일, 호주 등 주요 국가 정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도 2010년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구글코리아를 압수수색했지만 이미 데이터가 미국으로 넘어가 2년여만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이 사악하지 않다면 국내 지도 반출과 관련한 문제라던가 현재 해외에서 벌어지는 각종 논란, 사태 등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구글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의 이익을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 듯 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세계적으로도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러시아 반독점 규제기관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채택하는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구글 관련 앱을 우선 설치하도록 강요하고, 독점적으로 지위를 악용했다며 680만달러(약 7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의 반독점과 권력화 문제는 최근의 이야기가 아니다. EU는 4월 구글에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통보했다. EU집행위원회는 구글이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에 구글검색과 크롬 브라우저를 기본 설정으로 깔도록 요구했다는 점과 제조사들이 다른 경쟁사의 운영체제를 탑재하지 못하게 한 점, 제조사 및 통신사업자에게 모바일 기기에 구글검색만 기본설치하는 조건으로 거래 특혜를 제공했다는 점 등 3가지 불고정 행위를 적시했다.

구글은 빅데이터 이슈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EU는 이미 구글의 빅데이터 수집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구글은 2014년 4월 지메일 서비스 이용 약관을 수정했다. 수정된 내용에 따르면 사용자가 주고받는 이메일은 구글에 의해 자동으로 분석될 수 있다. 개인의 사생활을 마음대로 지켜보겠다는 논란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구글은 세금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나라별 조세법을 교묘하게 이용해 최소한의 세금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일종의 편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글은 이와 관련 스페인과 프랑스 등에서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은 현재 구글세를 걷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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