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차전지의 주요 원재료인 코발트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배터리 가격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6개월간 리튬 이차전지의 핵심 원소인 코발트 가격은 급등했다. / SNE리서치 제공
최근 6개월간 리튬 이차전지의 핵심 원소인 코발트 가격은 급등했다. / SNE리서치 제공
22일 이차전지 전문 조사기관인 SNE리서치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년간 톤(t)당 3만달러(3400만원)를 넘지 않던 코발트 가격이 지난해 12월 3만2500달러를 넘어섰다. 또 올해 1월에는 3만6250달러, 2월에는 4만7500달러으로 급등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용 이차전지가 리튬이온 배터리이기 때문에 리튬이 많이 쓰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리튬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다. 리튬은 원소 상태로는 반응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리튬과 산소가 만날 수 있도록 리튬산화물을 양극으로 사용해야 한다. 리튬산화물을 만드는 중요한 원소가 코발트다. 코발트는 2차전지나 초합금 생산에 주로 쓰이는 금속 원소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구성요소. / 삼성SDI 블로그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구성요소. / 삼성SDI 블로그
이차전지 전문가인 박철완 박사(전 한국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 전지연구센터장)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중요한 원소는 코발트, 니켈, 리튬 순이다"라며 "리튬의 가격 변동보다는 코발트의 가격변동이 배터리의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배터리의 원가에서 양극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2%쯤으로 그 중 코발트 가격은 양극재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김병주 SNE리서치 상무는 "소형 전지에 주로 쓰이는 LCO 양극재의 재료비 중 탄산리튬과 양극재 가공비를 제외한 대부분이 코발트 가격이다"라며 "전지 기준 원가 비율도 10~15%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기 자동차용 리튬 전지에 주로 쓰이는 삼원계 양극재 중 코발트의 재료비 비율은 30%쯤으로 높은 편이며, 전지 기준 원가 비율도 약 5~8%에 이른다"고 말했다.

실제 코발트의 가격 상승은 소형 리튬전지 업계로 가장 먼저 영향을 끼쳤다. 관련업계에는 소형 전지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고객사들과 15~20% 가격 인상 협상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은 전지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던 소형 전지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다.

아직 전기 자동차에 쓰이는 중대형 리튬 전지 업계까지는 여파가 끼치지 않은 상황이지만 코발트의 가격이 꾸준히 증가할 경우 시장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 이차전지 업계가 장기 계약으로 납품하는 특성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가격 변동의 여지가 크지 않은데다가 소형에 비해 코발트의 원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또 전기차 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큰 중국에서 코발트를 함유하지 않은 리튬 인산철 전지를 주로 자동차용으로 썼던 것도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중국 전지 기업들이 속속 코발트를 첨가한 삼원계 계열의 전지를 전기 자동차용으로 생산하고 전기 자동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코발트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 자동차와 리튬 이차 전지의 시장 성장을 기대한 헤지 펀드들이 코발트를 사재기한 것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이차전지 업체 한 관계자는 "코발트 가격 상승이 전지업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맞다"며 "국내 배터리 업계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