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격 사퇴 선언 후 삼성그룹 내에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위 임원 인사는 보통 12월에 있었는데, 2017년에는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그룹은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이건희 회장은 건강상 문제로 병석에 자리한 지 오래고,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 마저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 따라 경영 참여가 불가능하다. 최근 권오현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연말 대규모 임원 인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2016년 연말부터 정체됐던 삼성 사장단 인사가 조기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 IT조선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 IT조선
권오현 부회장은 13일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부품부문(DS) 사업책임자와 겸직하고 있던 삼성 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가 맡고 있는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직과 의장직은 임기가 끝나는 2018년 3월까지만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

권 부회장은 사태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 "급변하는 IT 산업 속성을 감안해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하고 새출발을 할 때다"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의 이 말은 젊은 경영진이 삼성전자 전면에 등장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권오현 부회장. / 조선일보DB
권오현 부회장. / 조선일보DB
2016년 진행하지 못한 고위 임원 인사를 2017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는 삼성전자 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대폭 세대교체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삼성그룹은 지난 몇년간 제대로된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난 뒤 이 회장이 선임한 인사에 손을 대지 못했다.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그룹 최고위 경영진이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후 소폭의 인사만 단행됐는데, 삼성 내외부에서는 정기 인사가 지연된 후 사업부마다 인사 적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시급한 인사는 권 부회장이 맡고 있던 DS부문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선임이다. 반도체 부문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고,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중요성이 높기 때문에 의사결정권자 자리를 한시도 공석으로 둘 수 없는 처지다.

윤부근 소비자가전부문장(사장)과 신종균 인터넷모바일부문장(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 등의 거취도 관심사다. 권 부회장 자리가 공석이 되는 만큼 삼성전자 전·현직 이사회 멤버의 이후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안식년 휴가를 떠났던 김용관 부사장 등 미래전략실 핵심 멤버가 현업으로 복귀하는데, 이들이 추후 맡게 될 역할에도 궁금증이 많다. 이들은 그룹 인사와 전략을 도맡았기 때문에 향후 신규 조직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정기 임원 인사는 당초 12월이지만 권오현 부회장의 용퇴 후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