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이통사, 제로레이팅 추진하지만 …“가진 자를 위한 특혜” 반발 거세

유진상 기자
입력 2018.01.08 17:33 수정 2018.01.09 07:00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 CEO가 한목소리로 제로레이팅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영민 장관은 이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반발을 넘어서 이 제도가 가진 자를 위한 특혜적 제도라며 반발 중이다.

맨 왼쪽부터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과기정통부 제공
유영민 장관은 5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등과 만나 5G 상용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5G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유 장관이 이통3사 CEO에게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는 효율적인 5G 투자를 위한 필수설비 공용화가 논의됐다. 또 망 부담에 대한 비용 지불 문제도 자연스럽게 주제가 됐다. 5G 시대가 열리면 망이 소화해야 하는 트래픽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폭증하는 트래픽, 이통사만 비용 부담 불합리

통신사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증가하는 트래픽에 대한 부담을 통신사업자만 부담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콘텐츠 제공자(CP)를 대상으로 한 제로레이팅이 언급됐다.

제로레이팅은 콘텐츠 제공자가 이동통신사와 제휴를 맺고 소비자가 자사 서비스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요금을 대신 내는 제도를 말한다.

박정호 사장은 "네트워크와 단말 콘텐츠가 5G 에코의 컴포넌트(구성요소)라면 단말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쪽에서는 과금하는게 없다"며 "통신사만 과금하므로 억울하게 모든 걸 지고 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황창규 KT 사장은 이에 동조하며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제로레이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유영민 장관 역시 통신사 CEO의 주장에 공감을 표하면서 반대의 뜻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다만 "제로레이팅을 적극 활용해 이용자 부담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생각해 보자"며 "이통사가 아닌 CP가 하는 제로레이팅을 생각해보자"고 답했다.

◆가진 자를 위한 특혜…망 중립성 훼손 우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제로레이팅에 반대하는 입장의 반발이 거세다. 이통3사의 제로레이팅 활성화 주장은 투자 비용을 다른 업체에 전가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특히 3개 통신사업자가 자회사 또는 유관회사의 콘텐츠 판매 활성화를 통해 고객을 확보하고 다양한 광고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제로레이팅이 활성화 되면, 이통사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일부 콘텐츠 사업자나 자사 계열 또는 유관업체의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에 한해 과금을 대폭 할인해 주거나 아예 추가 과금없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고 분석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일반 이용자에게는 어떠한 혜택도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로레이팅을 추진할 경우 망 중립성에 철저히 위반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소위 자본력이 탄탄한 콘텐츠 사업자가 네트워크 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특정 서비스에 대해서만 제로레이팅을 적용하면 나머지 중소 콘텐츠 사업자들은 경쟁력을 잃게 돼 망 중립성 원칙을 훼손하게 될 뿐이다"며 "자본력은 취약하지만 유망한 중소벤처, 1인기업, 스타트업의 우수한 콘텐츠는 시장에서 배제되거나 사장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어 이용자 차별이 야기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마디로 제로레이팅은 가진 자를 위한 특혜적 제도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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