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은 삼성그룹의 '창립 80주년' 기념일이지만 예년과 달리 조용히 맞을 전망이다. 바로 다음날 열리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별도 행사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어 특별한 행사는 치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삼성그룹은 창업주와 창업정신을 기리는 등 '삼성 80년사'를 되돌아보는 영상물을 전사 계열사 임직원에게 공개할 방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 조선일보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월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 조선일보 DB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23일 서울 서초 사옥에서 열리는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3일 주총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사내·외 이사의 대대적 교체가 이뤄지고, 의사결정 구조도 이사회 중심으로 바뀐다. 삼성전자 설립 후 처음으로 '주식 액면분할' 안건도 처리된다.

사내이사 자리에는 김기남·고동진·김현석 사장 등 3인방이 권오현·윤부근·신종균 부회장을 대신해 오른다. 이상훈 전 경영지원실장 사장도 이사회 의장으로 합류한다. 기존 4명의 사내이사는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해 총 5명으로 늘어난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2월 23일 신임 사외이사에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 박병국 서울대 교수를 추천했다. 사외이사 역시 기존 5명에서 6명으로 늘어난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 중 하나로 50대 1의 주식 액면분할 시행도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1월 31일 이사회를 열고 50대 1의 주식 액면분할 시행을 결의했다. 이는 액면가 5000원을 100원으로 쪼개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주식은 가격이 비싸 일반 국민이 쉽게 매수하기 어려웠지만 거래금액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회사 임원진으로부터 각종 현안을 수시로 보고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부회장은 여론을 고려해 경영 복귀 시점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대법원 상고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전면 복귀는 이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삼성그룹을 향한 검찰 수사와 부정적 여론이 잠재워질 때까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