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6183억원에 달하는 '쩐의 전쟁' 5세대(5G) 주파수 경매가 막을 내렸다. 이통3사는 기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주파수 할당 절차가 끝난 만큼, 향후 장비업체 선정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놓고 본경쟁을 펼친다. 장비업체 선정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화웨이 장비 채택 여부며, 이후 정부와 이통업계가 진행 중인 KT 필수설비에 대한 망대가 산정 등이 이슈가 될 전망이다. IT조선은 5G 상용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와 함께 이통3사의 경쟁 구도에 대해 분석했다. <편집자주>

이통3사가 2019년 3월로 예정된 5G 상용화를 위한 망 구축 작업에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망 구축에 앞서 가장 먼저 진행될 일은 5G 장비업체 선정이다.

. / 화웨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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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도 기술도 앞서는 화웨이, 5G 장비 수주전 나서

5G 망 구축은 최소 4~5개월쯤 소요될 전망이다. 9~10월 망 구축에 들어가려면 늦어도 8월까지는 5G 장비 업체를 선정해 장비 발주를 진행해야 한다. 어떤 장비 업체를 선정하느냐에 따라 5G 경쟁력은 물론 상용화 시기도 영향을 받는다.

이통3사는 장비 업체 선정에 앞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가격경쟁력과 기술을 강점으로 유혹하는 화웨이 영향이 크다. 화웨이는 정치적 이슈로 미국 시장 진출에 애를 먹는 중이며, 호주 정부도 화웨이 장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인다.

화웨이는 가격뿐 아니라 5G 기술력에서도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웨이는 5G 주파수 대역 중 파장이 길어 5G 전국망 구축에 용이한 3.5㎓ 대역에서, 삼성전자는 28㎓ 대역 선두 업체로 꼽힌다. 특히 3.5㎓ 대역 장비는 화웨이의 기술이 삼성전자 대비 3~6개월 앞선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LTE 장비 점유율은 삼성전자(40%)·노키아(20%)·에릭슨(20%)·화웨이(10%) 순이다.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이 90%를 차지한 국내 통신장비 시장은 화웨이가 5G 장비 수주전에 적극 뛰어들 경우 종전 시장 구도자체에 지각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화웨이의 장비는 노키아·에릭슨·삼성전자 등 경쟁사 대비 3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토대로 화웨이가 국내에서 주도적 장비 업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황창규 KT 회장·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 각사 제공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황창규 KT 회장·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 각사 제공
◇ SKT, 보안 우려에도 ‘반도체 고객’ 화웨이 눈치

LTE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쓰는 곳은 LG유플러스 한 곳이다. 하지만 5G는 사정이 다르다. LTE 당시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았던 SK텔레콤과 KT도 화웨이 장비 도입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린다.

SK텔레콤은 기존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 등 3밴더 체제에서 5G부터 화웨이를 포함한 4밴더 체제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5G 상용화 이후 당장 수익을 만들 수 있는 콘텐츠 발굴의 어려움과 최근 통신요금 인하 경쟁 추세를 감안하면, 설비 구축에 따른 투자비 인하가 필요하다.

SK텔레콤의 계산이 복잡한 또다른 이유는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수조원대 주고객이 화웨이이기 때문이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화웨이에 매년 수조원의 반도체를 팔아 이익을 내면서 보안 문제를 들어 통신장비를 도입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자칫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KT는 정부의 장비 국산화 기조에 동참하는 분위기로 화웨이 장비 도입 가능성이 이통3사 중 가장 낮지만, 설비 투자비 문제 때문에 화웨이 장비를 일부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KT 한 관계자는 “5G 상용화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으려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국산화를 최선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아직 어떤 장비를 쓸지 결정하지 못했고 어떤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LTE 기지국에 화웨이 장비를 주로 적용했다. 망 안정성과 기기호환성 등을 고려하면 5G에도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글로벌 이통사 중 실제 보안에 문제가 생겼다는 정황은 없다”며 “오히려 양질의 5G 콘텐츠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