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동화 초판에 실린 작품 중 ‘거위지기 공주(Die Gänsemagd)’는 잔혹한 묘사로 유명하다. 공주를 따르는 시녀는 주인인 공주의 명을 거역한 것은 물론, 자리를 뺐기 위해 협박까지 한다. 시녀는 결국 왕녀가 되지만, 처절한 대가를 치른다.
독일의 대학도시 괴팅겐의 상징이 된 거위지기 공주 ‘니젤’의 이야기는 1957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네 번 이상 실사 영화로 만들어지는 등 독일에서 인기가 높은 그림동화 작품이다.
◇ 주인을 배반한 하녀의 잔혹한 결과 그린 ‘거위지기 공주’
거위지기 공주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옛날 어느 나라에 공주와 남편을 잃은 여왕이 살고 있었다. 여왕은 먼 나라로 시집을 가게 된 공주에게 자신의 피 세 방울이 묻은 손수건과 말을 할 줄 아는 말 ‘팔라다’를 주고, 시녀 한 명을 딸려 보낸다.
목적지로 향하던 공주는 목이 말라 시녀에게 강에서 물을 떠 오라고 시킨다. 하지만 오만한 시녀는 "당신의 시종따위 되고 싶지 않다"며 공주의 명령을 거부한다. 하는 수 없이 공주는 직접 시냇가에 가 물을 마시는데, 그때 여왕이 공주에게 준 피 세 방울이 묻은 손수건을 강물에 빠뜨리고 만다.
이를 지켜본 시녀는 손수건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리겠다고 공주를 협박하며 공주가 입고 있는 옷과 말을 내놓으라고 겁박한다. 시녀의 협박에 굴복한 공주는 자신의 옷과 말을 내주고 시녀가 벗어 던진 옷을 입고 시녀의 신분으로 약혼자 왕자가 사는 나라에 도착한다.
팔라다의 목이 베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공주는 팔라다의 머리를 자신이 거위를 몰고 지나가는 어두운 길목에 걸어둘 수 있도록 성의 시종에게 부탁했다. 목만 남은 팔라다는 진짜 공주가 허름한 옷을 입고 거위를 몰고 가는 공주를 바라보며 "어머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가슴이 찢어지실 겁니다"라고 말한다.
어느 날 공주는 거위와 함께 돌보는 퀴르드헨이란 남자아이와 함께 들판으로 나간다. 들판에 나간 공주는 묶은 머리끈을 풀어 아름다운 은발이 바람에 나부끼게 한다. 이를 본 퀴르드헨은 장난삼아 공주의 머리카락을 자르려 하는데, 공주는 "불어라 바람아, 퀴르드헨의 모자를 날려 뒤따라 달리게 하라. 내가 머리를 다시 올릴 때까지"라고 말한다. 그러자 바람이 퀴르드헨의 모자를 먼 곳으로 날려 보냈다.
퀴르드헨은 몇 번이고 거위지기 행세를 하는 공주의 머리카락을 자르려 했지만 공주의 신비로운 능력으로 만든 바람 때문에 번번이 실패한다. 퀴르드헨은 왕에게 거위지기 공주가 말 머리와 이야기하는 것과 바람으로 모자를 날려 보낸다는 것을 알린다.
공주 신분에서 시녀가 된 그는 난로에 대고 사건의 경위를 털어놓고, 왕은 난로 위에 뚫린 구멍으로 공주의 사연을 듣게 된다. 사연을 들은 왕은 거위지기 시녀를 불러 몸을 씻기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게 한다. 원래부터 아름다웠던 공주는 드레스를 입자 더 빛나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를 본 왕은 매우 기뻐했다. 왕은 왕자를 불러 아름답게 치장한 진짜 공주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미모와 품위가 충만한 공주의 모습에 왕자도 기뻐했다.
왕은 친척이 모두 모이는 큰 잔치를 벌여 그곳에 드레스를 입은 진짜 공주를 앉혔다. 공주를 협박해 왕녀의 자리에 오른 오만한 시녀는 화려하게 변한 공주를 알아보지 못했다. 잔치가 끝날 무렵 왕은 공주 행세를 하는 시녀에게 공주가 당했던 일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왕을 속인 자를 어떻게 벌하면 좋을지 묻는다.
그러자 왕녀가 된 시녀는 "발가벗겨 못을 박은 통에 던져 넣어야 하며, 하얀 말 두 마리가 죄인이 죽을 때까지 이리저리 끌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답한다.
◇ 독일 괴팅겐의 상징이 된 거위지기 공주
거위지기 공주의 배경은 독일 니더작센주 남동쪽에 위치한 ‘괴팅겐(Göttingen)’이다. 괴팅겐은 오랜 전통을 지닌 대학도시로, 2016년 기준 인구는 11만9177명이다. 니더작센주에서는 다섯 번째로 큰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