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인수전 참여를 선언한 카카오에 인터넷·게임업계의 눈길이 쏠린다.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때마다 인수합병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나섰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행보를 고려할 때, 카카오가 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해 과감히 넥슨을 끌어안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가총액 8조원에 불과한 카카오다. 넥슨을 인수하기 위해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카카오의 인수전 참여는 국내 기업에 매각되기를 원하는 넥슨이 한국 시장에 보내는 하나의 시그널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1980년 일본 남코사에서 출시한 고전 아케이드 게임 팩맨(Pac-Man)은 입을 크게 벌린 캐릭터가 돌아다니면서 콩을 먹는 게임이다./ 김다희 기자
1980년 일본 남코사에서 출시한 고전 아케이드 게임 팩맨(Pac-Man)은 입을 크게 벌린 캐릭터가 돌아다니면서 콩을 먹는 게임이다./ 김다희 기자
◇ 인수합병의 귀재 김범수, 게임시장 잡으려 넥슨에도 ‘눈독’?

카카오는 지난 29일 넥슨 인수를 두고 다각도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넥슨 인수전에는 미국계 KKR, 칼라일, MBK파트너스 등 글로벌 사모펀드, 골드만삭스와 함께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카카오가 인수 의향을 밝힌 것이다. 업계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를 자회사로 뒀다. 올해 기업공개(IPO)도 앞뒀다. 상장기업으로 도약할 시기를 맞은 카카오게임즈로선 넥슨이라는 게임 거인과의 시너지 효과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카카오 매출 기반은 카카오톡을 통한 각종 모바일 서비스다. 음원과 웹툰 등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를 이미 확보한 카카오의 다음 타깃이 게임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카카오의 콘텐츠 매출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3097억원)했다. 이 중 게임 콘텐츠 매출은 약 32% 정도(994억원)를 차지한다.

성장세를 탄 국내 게임시장의 주류도 모바일 게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은 전년 대비 43.4% 증가한 6조2102억원으로 4조5409억원을 기록한 PC게임 매출을 웃돌았다.

카카오게임즈는 아직 프렌즈IP(지식재산권)을 빼고 자체 개발 제품이 없다. 각종 게임 IP를 갖춘 게임전문 개발사인 넥슨과의 합병은 카카오가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게임 콘텐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얻는 셈이다.

이와 함께 김범수 의장 특유의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확장전략도 카카오의 넥슨 인수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카카오는 2016년 1월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 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6.4%를 1조87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에도 카카오 자금력은 로엔을 모두 끌어안을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자금을 확보했다. 대출과 채권발행 등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자체 현금 보유액 등을 모두 합쳐 대금을 지불했다.

당시엔 무리한 시도로도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음원 콘텐츠는 현재 카카오를 먹여살리는 든든한 먹거리가 됐다. 카카오M의 멜론은 카카오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음원은 웹드라마 등 다른 콘텐츠 제작 사업에도 큰 발판이 된다.

다음과의 합병 결정 역시 김범수 의장의 결단이 한 몫 했다. 2014년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을 통해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카카오톡이 ‘애니팡’으로 인지도는 높였으나 정작 모바일 맞춤 서비스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던 때다. 다음과 합병한 이후 카카오는 커머스와 음원 등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김범수 의장은 2000년 한게임이 국내 웹게임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춘 이후 네이버(당시 네이버컴)와 합병해 회사를 키우는데 성공했다.

이미 인수합병 의사를 밝힌 텐센트와 협력을 통해 넥슨을 인수합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텐센트는 카카오 지분 6.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부족한 자금을 카카오와 텐센트가 힘을 합쳐 마련하거나, 카카오가 멜론 때의 인수합병처럼 대출을 받거나 사모펀드와의 협력을 꾀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일단 카카오가 무리하게나마 넥슨을 통해 게임산업에 뛰어든다면 모바일 게임 콘텐츠를 확보해 영업이익을 끌어올리고 향후 이자 부담을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 카카오 제공
김범수 카카오 의장. / 카카오 제공
◇ "국내에 보내는 시그널" 한국 기업 중심으로 인수전 참전 증가 가능성도

다만 워낙 인수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크다보니 카카오가 ‘함부로’ 인수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는다.

증권가는 카카오의 인수전 정식 참여 가능성을 낮게 본다. 이승훈 IB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가 가진 게임 개발력이 낮은 편이라 넥슨의 IP를 가져와도 활용도가 높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 인수 규모 자체가 너무 커서 카카오가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가 인수 대상자로 거론된 이유는 한국 게임 1세대 대표 주자인 넥슨이 텐센트라는 중국 회사에 매각되는 것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매각과 관련해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따라서 카카오의 참전 선언은 실현 가능성을 접어두더라도 그 자체로 국내 인터넷 및 게임시장을 향해 넥슨이 던지는 하나의 ‘시그널’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주 창업자와 김범수 의장은 같은 대학 동기다. 사전 교감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 연구원은 "넥슨 입장에서도 국내 기업에 매각되는 시나리오가 명분을 가질 수 있어 부담이 덜할 것"이라며 "여론을 인식해 국내 기업에 던지는 하나의 시그널로도 해석 가능하다"고 전했다. 카카오의 인수전 참전 소식 이후 넷마블의 움직임에도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텐센트는 넷마블의 3대 주주이기도 하다.

카카오 측은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것 이외에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넥슨의 인수 후보 예비입찰일은 2월 2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