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와 케이블·OTT 사업자 간 인수합병(M&A) 흐름은 유료방송 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를 시작으로 SK텔레콤과 티브로드, SK브로드밴드와 콘텐츠연합플랫폼 등 M&A가 진행 중이며, 합산규제 이슈에 발목이 잡힌 KT도 케이블TV 사업자 인수를 검토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M&A 신청을 불허했는데, 3년만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방송 관련 업계와 학계에서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부는 M&A에 엇갈린 시선을 보인다. 유튜브·넷플릭스 등 OTT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유료방송의 체질 강화를 위해 M&A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거대 방송 사업자의 탄생이 방송의 지역성·공공성 등을 약화시키고 지역 SO를 퇴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대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자유한국당)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유료방송 M&A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오전 10시 시작됐지만, 9시쯤부터 250명 이상의 참가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등 북새통을 이뤘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토론회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황교안 대표와 이주영 국회부의장, 김순례 최고위원 등 14명쯤의 의원이 개회식에 대거 참석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유료방송 M&A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참가자가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진 기자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유료방송 M&A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참가자가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진 기자
토론회를 주최한 박대출 의원은 개회사에서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196만명인데, 1925만 가구수를 고려하면 가입률이 160%에 달한다"며 "시장의 M&A가 지고 있는데, 정부 정책의 방향이나 가치 판단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논의하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방송의 지역성과 다양성을 살리고,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는 방향의 (M&A) 추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온 이상기 부경대 교수는 ‘통신사와 케이블 방송의 M&A-기술, 시장, 정부, 지역’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추진 당시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업계와 학계는 방송의 공공성, 지역성을 살리고 콘텐츠 경쟁력 등에 초점을 두고 찬반으로 갈렸고,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로 M&A 시도가 불발됐다.

이 교수는 "오늘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권역 규제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전국 규제로 갈 것이냐다"라며 "통신의 보편적 서비스와 방송의 공익성을 점곡할 수 있는 규제 철학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지역간 균형있는 발전을 위한 지역경제 육성의 책임이 있는데, 이를 배제한 M&A 논의는 문제가 있다"며 "최근 언론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료방송 M&A가 성사될 것처럼 기사를 쓴다"고 비판했다.

유료방송 M&A 토론회 패널 모습. / 이진 기자
유료방송 M&A 토론회 패널 모습. / 이진 기자
한진만 강원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는 황근 선문대 교수, 이한오 금강방송 대표, 김정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산업정책과장, 안차수 경남대 교수, 강신욱 세종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토론회의 핵심 이슈는 방송의 역할 중 ‘지역성’ 와해 가능성이다.

케이블TV는 지역을 78개 권역으로 나눠 방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 고유의 특성을 살린 콘텐츠를 만들고 지역자치제 시작과 함께 공론의 장 역할을 수행해 왔다. 최근 전국 서비스가 가능한 IPTV 사업자가 케이블TV 인수를 추진하는데, 토론회에서는 ‘지역성’에 대한 보장 없는 M&A는 안된다는 입장이 나왔다.

황근 교수는 "지역성 문제는 방송업계에서 오랫동안 이어온 난제 중 하나다"라며 "정부는 인수합병 심사만 하는 역할만 해서는 안되면, 만약 허용할 경우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오 대표는 "미디어 산업은 대형화, 전국화, 글로벌화 되고 있어 촘촘한 지역성 구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지역SO는 지역콘텐츠를 만드는 등 지역성 구현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방발기금 등 정책적 지원은 받지 못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차수 교수는 "공정위는 케이블을 허가하고 존재하게 했던 지역성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며 "인수합병 검토 과정에서 지역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공공성이 필수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M&A 추진 배경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황근 교수는 "유료방송 M&A는 이통사의 탐욕 때문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시장의 당연한 흐름에 따른 것이다"라며 "미국 법원은 OTT의 성장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AT&T의 타임워너 M&A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강신욱 변호사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전체 가구수의 160%가 가입한 레드오션 시장이고, OTT의 성장 등으로 시장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며 "방송 후발주자의 규모가 늘어나면 유효 경쟁상황이 조성돼 시청자 후생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