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지상파가 힘을 합친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가 9월 출범한다.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키운다.

하지만 기존 옥수수와 푹 서비스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연합의 필요성이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든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필수인 자본력에서도 한계를 드러낸다. 반면 넷플릭스와 장기 계약을 맺은 LG유플러스는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인다.

넷플릭스 로고. / IT조선 DB
넷플릭스 로고. / IT조선 DB
◇ LGU+ "넷플릭스와 다년계약…IPTV 성장 본격화"

LG유플러스는 2018년 11월 국내 IPTV 업계 중 유일하게 넷플릭스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자사 IPTV인 ‘U+tv’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19년 상반기 IPTV 가입자가 20만명 이상 증가했다. 앞으로도 새로운 OTT 연합에 참여하기 보다 넷플릭스와 제휴를 중심으로 한 특화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LG유플러스의 독점계약은 10월 중 만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최소 2년 이상의 다년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넷플릭스가 더이상 LG유플러스가 아닌 다른 IPTV와 제휴하는 등 문호를 개방할까 걱정할 단계는 아니란 얘기다.

25일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구체적 계약 기간을 언급하기 어렵지만 넷플릭스와는 1년이 아닌 다년 계약을 맺었다"며 "재계약을 당장 신경쓰는 시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의 넷플릭스 도입 후 실익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료방송업계는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수익배분을 1.5대 8.5 수준으로 본다. LG유플러스가 내놓은 'IPTV(223개 채널)+넷플릭스 HD' 결합상품은 2만6300원이다. 넷플릭스에 지급할 금액을 빼면 LG유플러스의 넷플릭스 결합상품 실제 수익은 1만6500원에 못 미친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독점 제공해 IPTV의 성장을 이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LG유플러스 5월 2일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용자 설문조사에서 가입에 가장 영향을 준 서비스는 넷플릭스였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도 넷플릭스와 제휴를 통한 IPTV와 모바일의 연계 전략을 LG유플러스의 강점으로 꼽는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통합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법인 ‘웨이브’ 상표. /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갈무리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통합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법인 ‘웨이브’ 상표. /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갈무리
◇ CJ ENM 독자노선 가능성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유인 ↓

반면 웨이브는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CJ ENM으로부터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고, 자본력 한계도 있다.

OTT 업계에 따르면 CJ ENM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티빙’은 웨이브에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은 그동안 무료로 제공하던 VOD 콘텐츠를 6월 17일부터 유료로 판매했다.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는 물론 독립적인 콘텐츠 제작사로서 양질의 제작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상파 방송사가 경쟁 OTT에 차별없이 지상파 콘텐츠를 공급할 것을 조건으로 푹과 옥수수의 합병을 승인할 예정이다. 이 조건에 따라 티빙이 웨이브에 지상파 콘텐츠를, 웨이브가 CJ ENM 콘텐츠를 각각 공급할 경우 오히려 토종 OTT간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 향후 글로벌 OTT와 경쟁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그림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웨이브는 2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해 자체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을 전개한다. 당초 조달하려던 투자금은 1조원이었다. 수년 간 연간 120억달러(14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콘텐츠 제작에 쏟아부어 탄탄한 IP 라인업을 갖춘 넷플릭스와 대비된다.

공정위의 콘텐츠 차별 거래 금지 조항이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유인을 막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웨이브가 제작한 콘텐츠를 경쟁 OTT에 무조건 제공해야 한다면, 콘텐츠 투자 유인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워 각국의 OTT 시장을 위협한다"며 "콘텐츠 투자 없는 단순 통합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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