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제안한 양자 기술로 네트워크 보안을 강화하는 방안이 국제 표준 예비승인을 받았다. 이 권고안에는 경쟁사인 KT의 기고서가 반영됐다. 6월 KT의 국제표준 승인과정에서 SK텔레콤의 방해 논란이 제기된 것과 달리 잡음 없이 합작이 이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전파연구원의 사전 조율과 과거 앙금을 풀려는 양사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SK텔레콤은 8월 27일부터 9월 5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 회의(ITU-T SG17)에서 자사가 제안한 ‘양자 난수발생기 보안구조’ 관련 권고안 1건이 국제 표준(X.1702)으로 예비 승인 받았다고 6일 밝혔다.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 회의에 참석한 심동희 SK텔레콤 글로벌테크얼라이언스팀장(왼쪽 일곱 번째)과 염흥열 순천향대 교수(왼쪽 네 번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SK텔레콤 제공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 회의에 참석한 심동희 SK텔레콤 글로벌테크얼라이언스팀장(왼쪽 일곱 번째)과 염흥열 순천향대 교수(왼쪽 네 번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SK텔레콤 제공
이 표준은 SK텔레콤의 주도로 2018년부터 개발했다. 예측이 불가능하고 패턴이 없는 순수 난수를 생성하는 양자 기술로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서비스의 보안성을 높여준다.

KT는 SK텔레콤의 권고안이 통과하도록 해당 표준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제안하며 물밑 지원을 했다. 양자암호통신에 활용하는 양자 잡음 난수 생성기의 안전성 검증을 위한 기술,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의 각 계층별 구조와 보안 키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구조 및 각각의 보안 요구사항 등 두 가지다.

SK텔레콤은 6월 17~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TU-T 국제회의(SG13)에서 KT 주도로 개발한 양자암호통신 표준 기술에 대해 반대한 바 있다. 당시 SK텔레콤 측은 국제표준 회의에서 주체간 의견을 조율하는 중 종종 발생하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표준업계에선 기업 간 이해관계 문제로 한국의 표준 성과가 공중에 붕 뜰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고 논란 끝에 KT의 표준이 최종 채택됐다.

국립전파연구원은 표준 승인을 앞두고 과거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권고안 제출 이전부터 양사 간 의견 합의에 주안점을 뒀다.

국립전파연구원 국제협력팀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먼저 표준 개발 제안에 나섰고, 준비 과정에서 KT도 기고서를 제안했다"며 "SG17 의장인 염흥열 순천향대 교수를 중심으로 의견 조율을 거치면서 실제 국제회의에서는 논쟁없이 양사가 단일 입장으로 표준 제안을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염흥열 교수는 "이번 표준은 높은 보안성을 요구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SK텔레콤과 IDQ 등 국내∙외 관계자들과 협력해 이뤄낸 쾌거다"라고 격려했다.

SK텔레콤이 예비 승인받은 표준은 회원국 간 의견 조율을 거쳐 반대의견이 없을 경우 10월 중 최종 표준으로 채택될 전망이다.

국립전파연구원 국제협력팀 관계자는 "반대 의견이 있는 경우 조정회의를 열어 조율을 거쳐야 해 표준의 최종 채택이 늦어지지만, 예비 승인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없었던 만큼 이번 표준은 1개월 내 최종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