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로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했던 시기를 체험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 매체 씨넷은 22일(현지시각) 인종 차별이 심한 시대에 흑인이 되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소개했다. 2019년 에미상 '뛰어난 오리지널 인터랙티브 프로그램'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다큐멘터리 ‘흑인이 되어 여행하기’의 한 장면. /뉴욕타임즈 비디오 페이지 갈무리
다큐멘터리 ‘흑인이 되어 여행하기’의 한 장면. /뉴욕타임즈 비디오 페이지 갈무리
VR 스튜디오 ‘펠릭스 앤 폴(Felix and Paul)’이 뉴욕타임즈와 손잡고 만든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흑인이 되어 여행하기(Traveling While Black)’다. 오큘러스 리프트, 오큘러스 고, 기어 VR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겪었던 차별을 현대인에게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작품 길이는 20분 정도다. 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은 한 사람의 흑인이 되어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합법이었던 ‘짐 크로우(Jim Crow) 법’이 있던 시대를 체험할 수 있다. 당시 흑인은 미국 전역에 걸친 식당, 호텔, 상점, 주유소 등을 이용하는 것이 제한됐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오직 흑인을 위한 여행 가이드북인 ‘그린 북(Green Book)’에 적힌 장소에 한해서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다. 실제로 작품에는 그런 장소 중 하나인 ‘벤 칠리볼’이 등장하기도 한다.

로저 로스 윌리엄 감독은 "사람들이 이야기에 더 공감할 수 있도록 VR을 활용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며 "일단 시청자가 헤드셋을 착용하면 이야기를 외면하거나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는 인종 차별주의를 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그래서 VR 환경에서 어떤 시청자든 흑인과 같은 경험을 겪을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