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가 샛별배송(새벽배송) 포장재를 모두 종이로 바꾼다. 새벽배송과 음식배달 서비스가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도 같이 늘어나 환경 문제가 지적되면서다. 새벽배송 서비스를 처음 시작하면서 시장 우위를 확보한 마켓컬리가 친환경 생태계 선순환을 구축한다는 이미지까지 더해 우위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24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배송 포장재 정책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슬아 대표는 창업 후 처음으로 공식 회견장에 얼굴을 비췄다.

김슬아 컬리 대표가 24일 서울 강남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IT조선
김슬아 컬리 대표가 24일 서울 강남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IT조선
마켓컬리는 25일 주문부터 샛별배송 냉동 제품 포장에 사용하는 스티로폼 박스와 테이프, 완충재 등 포장재를 모두 종이로 대체할 계획이다. 또한 아이스팩도 100% 워터팩으로 변경한다.

마켓컬리가 사용하는 종이 포장재는 2016년부터 내부 패키징 팀에서 연구한 결과다.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만들어졌다. 마켓컬리 배송 포장재 관리 기준인 냉해(낮은 온도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와 해동률 0.015% 이하, 상품 파손율 0.4%, 워터팩 파손율 0.03% 이하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마켓컬리는 이를 통해 기존 사용량 기준 연간 비닐 750톤과 스티로폼 2130톤 사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추산한다. 전체 물량 기준 샛별배송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마켓컬리는 샛별배송부터 종이 포장재로 대체한 뒤, 2021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종이 소재로 전환할 계획이다. 일반 배송은 샛별배송보다 배송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바로 종이로 대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배달 완료된 종이 포장재는 컬리가 다시 회수한다. 회수된 포장재는 세계에 나무를 심는 소셜벤처인 트리플래닛에 제공돼 초등학교 교실 숲 조성 활동에 쓰인다.

김 대표는 배송 재료를 친환경 소재로 바꾼 이유를 장기적으로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생태계에 옳은 일을 해야 한다"며 "좋은 상품을 판매하고 고객이 행복하려면 결국 그 위에 환경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의미한 수익창출 중…성장속도는 더뎌질 듯"

포장재 교체 이후에도 배송료 인상은 없다. 컬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어나는 이유다. 때문에 마켓컬리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켓컬리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새벽배송 특성상 포장 및 물류 배송에 드는 비용은 적지 않다. 수익 창출에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 대표는 이에 "포장재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제품이 아니다보니 단가가 높을 수 밖에 없다"며 "업계에서도 널리 활용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비용은 줄어들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마켓컬리 운영사인 주식회사 컬리 영업손실은 2016년 88억원에서 2017년 123억원, 2018년 336억원 등 2015년 이후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미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친환경 자재 배송까지 시작하면 적자폭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인프라 투자 등 고정비를 제외한 공헌이익에선 이미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우려를 불식했다. 공헌이익은 고정비를 회수하고 순이익을 증가시키는데 이바지하는 이익을 이르는 말이다.

새벽배송 시장에 신세계와 쿠팡 등 덩치 큰 경쟁자들을 포함 오아시스마켓 등 새벽배송만 겨냥한 스타트업까지 등장한 상황도 컬리에겐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김 대표는 "아직 새벽배송 시장은 초기이고 고객 침투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쟁사가 어떤 것을 하느냐를 보기보다는 우리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를 살펴보고, 회사 규모를 키우면서도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2020년부터는 성장 속도가 다소 더뎌질 수 있을 것이다"라며 "시장 경쟁상황 때문이라기 보다는 기업 규모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기업공개(IPO) 계획은 아직 없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