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책을 시장으로부터 소외시켰다”

김준배 기자
입력 2019.10.31 09:10
완반모 30일 코엑스에서 도서정가제 토론회 개최
도서정가제 개편을 통한 생태계 활성화 요구 높아져
완전 도서정가제 반대를 위한 생태계 준비모임 결성으로 정책 대응 확장

도서정가제가 도서 생태계를 황폐화시켰다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한목소리가 나왔다.

‘완전 도서정가제 반대를 위한 생태계 준비모임(완반모, 회장 배재광)’는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도서정가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자 수가 20만명을 육박하는 가운데 열린 자리에서 도서정가제 문제를 지적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도서정가제 개편을 주장하는 토론회가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도서정가제가 도서 생태계를 황폐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완반모측에 따르면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현재의 도서정가제가 대표적 소비자와 저작권자, 중소출판사, 플랫폼사 등 생태계 참여자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은 시장규제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과 대형 출판사들만 그 동안 정가제의 혜택을 누려왔다고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행한 자료 등을 근거로 주장했다. 최근 국회토론회에서 제출된 ‘도서정가제 개선방안 자료집’에 따르면,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도서산업성장은 정체되고 있으며 문제집·참고서를 제외한 교양서라고 할 수 있는 단행본 매출은 20% 가까이 줄었다. 출혈경쟁을 금지함으로써 도서시장을 활성화 하려던 목적과 달리 가구당 도서구입비가 44%나 감소하여 도서정가제 도입의 취지가 아예 무색해질 정도의 수요축소가 발생했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 한 시민은 ‘도서구입비 감소’와 관련 "단순히 모바일 등 새로운 환경의 도입 문제가 아니다"라며 "도서정가제가 생태계의 자율성을 억누르고 있는 시대와 동떨어진 규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완반모 측은 ‘완전 도서정가제’를 도입하게 되면 기존 도서생태계는 물론이고 웹소설, 전자책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통한 생태계 활성화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중요하게는 생태계의 주역인 소비자들이 다양한 가격대에서 다양하게 소비할 수 있는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가격이 주는 역동적인 시장조정 능력을 살리지 못하고 또하나의 ‘단통법’으로 전락하여 생태계의 활력을 뺏어 갈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도 완전 도서정가제를 추진하고 있는 대형출판사,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측이 웹툰이나 웹소설 등에도 도서정가제를 적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업체에 공문을 보낸 것이 확인되어 작가들과 소비자들의 걱정이 크다는 우려다. 토론회 한 참석자는 "대형 출판사와 대형 서점들이 도서판매 수량을 투명하게 밝혀야 저작권자의 이익이 보호될 수 있고 작가들이 양질의 작품들을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향후 도서정가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도서정가제에 국한하지 말고 넓게 생태계 전체의 문제를 개선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완반모 회장인 배재광 인스타페이 대표는 "일부 대형 출판사들이 추진하는 ‘완전 도서정가제’ 개정은 도서출판 생태계의 공멸을 예고한다"며 "시장규제 중심의 정책에서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플랫폼 경쟁을 통하여 시장활성화와 생태계 복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완반모는 제도개선 방안으로 ▲출판여부에 따라 규제를 달리 한다. 출판의 경우도 종이 출판과 전자책 출판을 구분하여 규제한다 ▲간행물 여부는 저작권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도서정가제 적용자체를 저작권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웹콘텐츠 규제는 기존 종이책이나 전자책과는 달리 규제틀을 만들어야 한다 ▲중고책 판매의 경우 저작권자들에게 분배하는 규정을 새롭게 해야 한다 등을 주장했다.

완반모는 향후 도서 생태계 구성원들의 풍부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서 도서정가제 개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중소서점과 출판사, 저작권자 및 정부관계를 초청하여 11월 국회에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소비자 중심적이고 생태계를 활성화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완반모에 따르면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소비자에게 재판매할 가격(정가)을 정하도록 규정한 제도다. 할인폭을 규정함으로써 인터넷 서점으로 인한 지역서점 보호를 위해 2003년 도입된 이후 2014년 11월 개정안에 의하여 할인폭 축소와 구간 할인 금지, 도서관 등 예외 축소 같은 대폭 강화된 채로 시행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특히, 3년마다 그 존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따라 내년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의 제22조 정가제 개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 균일가를 주장하는 ‘완전 도서정가제’ 도입이 추진되자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완반모측은 "2014년 개정된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잠재된 불만이 이를 계기로 터져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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