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카카오VX가 가상현실(VR) 서비스 대중화와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손을 잡았다. 카카오프렌즈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VR게임 ‘프렌즈 VR월드’를 연내 공개한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10월 28일 지분 확보를 통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VR 시장 공략 발표는 파트너십 후 첫 협력 사례다.

카카오가 VR사업에서 이통사와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은 아니다. LG유플러스와 7월 2일 신규 VR 콘텐츠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당시 양사는 기술 및 콘텐츠 제휴로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VR 콘텐츠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카카오가 사업 추진에 난색을 드러냈고 제휴는 무산됐다. 양사가 생각하는 VR 사업 방향이 맞지 않아서다.

이종석 카카오VX 소프트웨어본부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LG유플러스와 추진했던 VR 사업 무산과 관련해 구체적 이유를 언급하기 어렵지만, 제휴 과정에서 의견 조율에 실패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의 글로벌 VR 시장 진출 전략에 차이가 있었다.

왼쪽부터 이종석 카카오VX 소프트웨어본부장·전진수 SK텔레콤 5GX서비스사업단장·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콜란 시웰 페이스북 부사장·임세라 마블러스 대표가 VR기기 ‘오큘러스고’를 들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 이광영 기자
왼쪽부터 이종석 카카오VX 소프트웨어본부장·전진수 SK텔레콤 5GX서비스사업단장·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콜란 시웰 페이스북 부사장·임세라 마블러스 대표가 VR기기 ‘오큘러스고’를 들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 이광영 기자
SK텔레콤과 카카오는 10월 28일 지분 맞교환을 기점으로 혈맹을 맺었다. 양사 간 VR 협력 논의는 11월 초부터 시작됐다. 일찍부터 VR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한 양사의 니즈가 맞았다. 카카오와 LG유플러스의 VR 협력 무산과는 별개의 일이다. 결과적으로는 카카오가 LG유플러스의 손을 놓고 SK텔레콤의 손을 잡은 셈이 됐다.

이종석 본부장은 "이번 제휴와 관련한 논의는 양사가 지분 맞교환을 한지 일주일쯤 지난 11월 초부터 진행했고, 2주 만에 급속도로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며 "LG유플러스와의 협력 무산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10월 15일 LG유플러스와 헬스 분야 AR 콘텐츠인 스마트홈트를 공동 개발해 출시했다. 2020년 4월까지 LG유플러스 고객에게만 독점 제공하는 상품이다. SK텔레콤과 카카오의 지분 맞교환이 좀 더 빨리 이뤄졌거나, LG유플러스의 콘텐츠 출시가 늦어졌다면 AR 분야에서도 SK텔레콤과 카카오가 제휴를 맺었을 수도 있었던 셈이다.

이 본부장은 "SK텔레콤이 홈트레이닝 서비스 ‘핏데이(FITDAY)’를 이미 출시한 상황에서 신사업을 고민한 카카오VX와 LG유플러스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라며 "(SK텔레콤과 카카오의 지분 맞교환 이후였다면) 결정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카카오VX가 개발 중인 ‘프렌즈 VR월드’. / 이광영 기자
SK텔레콤과 카카오VX가 개발 중인 ‘프렌즈 VR월드’. / 이광영 기자
SK텔레콤은 카카오와 굳건한 협력을 지속한다. 버추얼 소셜 월드에 카카오프렌즈와 연결하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할 방침이다. 버추얼 소셜 월드는 VR이용자들이 시공간을 초월한 가상 세계에서 커뮤니티 및 다양한 활동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는 서비스다.

전진수 SK텔레콤 5GX서비스사업단장은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가 없었다면 (개발 과정에서)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었다"며 "전략적 파트너십 이후 힘을 받아 협력을 빠르게 진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용자에게 친숙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VR에 들어가면 대중화도 가까워질 수 있다"며 "카카오VX와 제휴를 통한 프렌즈 VR월드를 연내 공개하고 점프VR에서도 카카오프렌즈가 등장하는 테마공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AR 분야에서도 협력한다. 양맹석 SK텔레콤 5GX마케팅그룹장은 "SK텔레콤과 카카오의 VR 협력은 LG유플러스와 카카오의 AR서비스 제휴와 달리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며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VR 콘텐츠뿐 아니라 AR 분야에서도 카카오와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