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 발현한 지 4개월이 접어든 가운데 베일에 쌓였던 궁금증이 하나씩 풀리고 있다. 세계 과학자들이 바이러스 생존 환경과 대처법 등 연구 결과를 공유하면서다. IT조선은 코로나19를 둘러싼 세계 과학자들의 일부 연구 결과를 모아 소개한다.

./픽사베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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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끈질긴 바이러스 생존력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끈질긴 생존력을 자랑한다. 통상 비말(침방울)로 배출되는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 최대 3시간까지 떠다닌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속 과학자들이 3월 국제 의학 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기침과 재채기 등으로 배출된 바이러스는 공기 중 3시간이 지나야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로나19 바이러스 반감기(활성 바이러스가 절반으로 주는 시간)는 전염 매개체에 따라 달랐다. 각각 매개체에서 바이러스 반감기는 스테인리스 5시간 38분, 플라스틱 6시간 49분, 구리 46분 등이었다.

특히 마스크는 주의가 필요하다. 레오 푼·말릭 페이리스 홍콩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의학 전문지 란셋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수술용 마스크 표면에 최대 일주일 간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팀은 실온 환경(22℃·습도 65%)의 다양한 물체 표면 1㎠에 바이러스 배양액 5마이크로리터(㎕)를 떨어뜨린 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아있는 바이러스 양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의료진이 착용하는 수술용 마스크 표면에서 일주일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존재했다.

② 따뜻해지면 없어질까…단정할 수 없어

일각에서는 기온이 올르면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다고 점쳤다. 따뜻한 온도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쉽게 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연구진들은 신종 바이러스인만큼 이 같은 확신은 위험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한다.

가브리엘 렁 홍콩대학교 의학부 학장은 최근 한 온라인 포럼에서 "날씨가 따뜻해진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소멸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 등 기온이 30°C가 넘는 지역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걸 보면 따뜻한 날씨는 바이러스 확산을 늦출 핵심 요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따뜻한 날씨가 감염 전파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콰심 부카리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박사는 3월 19일 국제 저널 SSRN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주로 3°C~17°C 정도를 유지하는 저온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다"며 "평균 기온이 18°C 이상인 지역에서 코로나19 발생률은 6% 미만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따뜻한 온도는 바이러스 전파 효과를 낮출 수는 있지만, 전파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독감 바이러스조차 여름에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라고 덧붙였다. 치료제와 백신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세계 곳곳에 숨어있다가 감염이 확산하기 좋은 환경이 다가오면 다시 전파될 확률이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중국 호흡기 질병 권위자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상반되는 주장을 펼친다. 중 원사는 선전위성방송과 인터뷰에서 "높은 기온에서 바이러스 활동은 확실히 약해진다"며 "세계 각국이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 코로나 사태가 4월 말 전후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③ 손씻기·마스크·사회적 거리두기의 힘

코로나19 전용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다. 당연해 보이지만 효과는 상당하다. 수칙만 잘 지켜도 최대 99%까지 바이러스를 걸러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꼭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이러스를 녹여낼 수 있기 때문이다. NYT 등 외신에 따르면 팔 토다슨 뉴사우스웨일즈 대학 화학과 교수는 "비누는 바이러스 표면을 구성하는 지방층과 단백질층을 녹인다"며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화학결합 구조가 녹아내리면서 바이러스가 죽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20초간 손을 비비면서 바이러스 구조를 떼어낸 뒤 흐르는 물에 씻어 닦아내는 원리다"라고 덧붙였다.

마스크 착용 중요성은 아시아권 연구진이 누누히 강조하는 부분이다. 벤자민 콜링 홍콩대 교수 연구진은 네이처 논문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환자의 침방울이나 에어로졸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칭다오대학 연구팀도 실험에서 N95 방역 마스크가 에어로졸 속 바이러스를 99.98%를 걸러내는 것을 확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기본 권장 조치다. 특히 통상 알려진 2m가 아닌 그 이상으로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리디아 보로위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부교수는 최근 미국 의학협회 저널(JAMA)에 "감염원이 포함된 비말은 (감염자가 기침을 할 경우) 크기와 상관없이 7m~8m를 비행할 수 있다"며 "2m는 안전간격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