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의 늪에 빠진 광학 업계가 연이어 특허 소송전에 휘말렸다. 특허 권리를 위임받은 한 법무 법인이 미국 법원에 올림푸스와 후지필름에 이어 JK이미징, 니콘 등을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피소된 광학 업계는 소송 관련 성명을 내지 않았지만 내심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해당 특허의 경우 특허를 활용한 제품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득을 노린 소송 전문 법인이 특허 권리만 구입한 후 광학 분야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디지미디어테크(DigiMediatech)’는 6월 14일(이하 현지시각) 니콘의 특허 침해를 문제 삼으며 소송을 제기했다. 디지미디어테크는 홍콩의 유력 금융투자사가 만든 특허관리금융회사(NPE, Non-Practing Entity)다. 이 회사는 개인이나 회사가 보유한 특허권을 취득한 후 권리 침해자를 제소하고 합의금이나 배상금 관련 소송을 집행한다.

기술 특허권은 개인이나 회사가 개발·보유·행사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몇몇 NPE는 기술 특허권을 개발·보유하지 않고 행사할 권리만 취득해 소송전으로 이익을 얻는다. 업계와 소비자의 비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허 대행법인의 연이은 제소에 광학 업계가 난처한 모습이다. / 차주경 기자
특허 대행법인의 연이은 제소에 광학 업계가 난처한 모습이다. / 차주경 기자
디지미디어테크는 2020년 5월과 6월 두 달 사이 광학 기기 제조사를 대상으로 총 6건의 소송을 냈다. 5월 29일 올림푸스를 상대로 미국 펜실베이니아 법원에 총 두 건의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날 뉴욕 법원에 후지필름 관련 제소를 했다.

6월 13일에는 코닥과 비비타의 광학 기기를 유통하는 사카인터내셔널에 대한 소송을 미국 뉴저지 법원에 제기했고, 6월 14일에는 니콘을 미국 뉴욕 동부법원에 제소했다. 6월 24일에는 코닥 광학 기기 유통 권리를 가진 JK이미징을 미국 캘리포니아 중앙법원에 제소했다.

디지미디어테크는 자사가 권리를 가진 특허 세 개를 니콘이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2001년 노키아가 출원한 초소형 줌 시스템 ▲2003년 개인(제프리 엘 에드워즈)이 출원한 동영상 촬영 중 사람의 머리 위치 추적 및 검증 시스템 ▲2005년 개인(제프리 엘 에드워즈)이 다시 출원한 동영상 촬영 중 사람의 머리 위치 추적 시스템 등이다.

이번 소송전을 보는 광학 업계 시각은 복잡하다. 특허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소송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특정 법인이 특허 권리를 구입한 후 무분별한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오로지 이익을 얻기 위한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디피리뷰 등 사진 커뮤니티와 업계는 비판 쪽에 무게중심을 둔다. 이들 특허를 개발·취득한 개인 혹은 기업은 특허를 활용한 제품을 만들지 않았는데, 법인이 특허 권리를 취득해 제휴 비용 혹은 합의금을 요구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전형적인 특허 트롤(Patent Troll, 기술 생산력은 없지만, 가치 있는 지식재산권을 취득해 특허 소송전을 벌여 이익을 얻는 회사)의 모습이라고 본다.

한편, 디지미디어테크에 의해 피소된 올림푸스와 후지필름, 니콘, JK이미징 등은 소송 관련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