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스토어 대부분 2030세대…금융 이력 없고 신용등급 낮아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등 주 고객인 저축은행·카드사 "위기 불가피"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금융 시장에 폭격을 가한다. 네이버페이로 간편결제 시장 우위를 점하고 네이버통장을 선보여 금융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중소상공인(SME)을 대상으로 대출 영역까지 진출키로 하면서 여·수신 업무까지 파고드는 모양새다.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에 자영업자·서민 등 주 고객층을 모두 내어줄 상황이 된 2금융권에는 위기감이 감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소상공인(SME) 대출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발표한 이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네이버의 대출 영역 진출에 해석도 분분하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달 28일 ‘네이버 서비스 밋업’ 행사를 개최하고 연내 소상공인(SME) 대출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평가한 신용등급에 따라 제휴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이 대출하는 방식이다.

네이버 온라인 창업 툴인 ‘스마트스토어’에서 창업하는 사업자 25만명이 우선 대상이다. 이 중 73%는 소상공인으로 20·30대도 43%에 이른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자체 개발한 대안 신용평가시스템(ACSS)을 바탕으로 금융 이력이 부족해 사각지대에 머물러야 했던 SME와 씬파일러(금융 이력 부족자) 등과 같은 금융 소외 계층을 위한 대출 상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 네이버페이 홈페이지 갈무리
./ 네이버페이 홈페이지 갈무리
2금융권은 네이버가 발톱을 숨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출상품 출시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네이버가 쌓은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평가(CB, Credit Bureau)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소상공인의 거래·행동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존 금융권이 만들기 어려웠던 SME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 업체 관계자는 "CB는 수익이 큰 영역은 아니지만, 앞으로 데이터 사업을 하는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유의미한 데이터를 쌓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고객을 찾아내거나 혁신서비스를 만드는데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2금융권 "사실상 제로섬 게임"

2금융권은 또 네이버파이낸셜의 대출 서비스 출시로 '제로섬 게임(한 쪽이 더 많은 고객을 얻으면 다른 편이 그만큼 잃는 게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사실상 금융 판 자체를 흔들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을 흡수해 기존 2금융권 고객 이탈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 더 많은 고객이 몰리는 플랫폼 업체에 금융사가 따라갈 수밖에 없는 주객전도 현상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공생·상생'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기존 금융사와 경쟁은 불가피하다"며 "네이버파이낸셜이 모객을 늘리면 결국 독점 제휴한 금융기관(미래에셋캐피탈)만 수혜를 보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기존 저축은행·카드·캐피탈 등 2금융권은 역으로 네이버파이낸셜과 협업하려는 주객 전도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토스 등 핀테크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 카드사가 먼저 이들과 제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번 대출 서비스를 향후 네이버페이 가맹점을 대상으로 확대한다고 밝힌만큼, 자사 결제서비스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2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에선 여전히 네이버파이낸셜이 비(非)금융사로서 규제를 덜 받으면서 금융업을 영위하는 우회로를 선택했다고 판단한다"며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당장은 영향이 없겠지만, 향후 네이버페이 가맹점으로 대출 대상을 확대하고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2금융권의 주 거래 고객 이탈 현상이 없을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 상품 판매행위 규제·감독해야"

그동안 소상공인들은 1금융권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심사가 덜 까다로운 대신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해왔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사업자금 융통 목적으로 대출 수요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소득을 예측하기 어려워 시중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극히 적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대출 여력이 열악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금융 상품 판매를 개시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쉽고 빠르게 대출받을 수 있어 좋지만, 기존 금융권에선 점차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관련 업계는 당장 영향이 없거나 적다고 해서 속단하지 말고, 특정 온라인 플랫폼이 금융상품의 판매 채널을 독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회사가 다수의 플랫폼과 제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브리프 보고서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의 금융상품 연계·판매 행위에 대해 별도의 규제·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계좌 관리, 서비스에 대한 책임과 관련 금융규제는 제휴 회사에 적용되기 때문에 플랫폼 회사에 금융회사와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판매 채널로서 지배력을 구축한 온라인 플랫폼이 소수의 금융회사하고만 협업하거나 불공정한 계약을 통해 금융시장의 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규제·감독 장치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