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의 비행소년] 가장 늦게 체크인한 짐이 가장 빨리 나올까?

이진 기자
입력 2020.08.08 06:00
장시간 비행은 승객의 피로도를 높힌다.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먼저 나가려고 줄을 서는 승객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어떻게든 이 불편함에서 빨리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빨리 비행기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공항에서 먼저 탈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입출국 수속에 시간이 많이 걸릴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수화물을 찾는데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늦게 항공기에 짐을 실으면 제일 먼저 나온다는 속설도 있지만, 항공계 관계자는 이코노미 승객의 짐이 나오는 순서 자체가 사실상 ‘복불복’에 가깝다고 밝혔다.

비행기에서 가장 먼저 내릴 수 있는 승객은 일등석, 비즈니스, 이코노미 승객 순이고, 수화물이 나오는 순서 역시 좌석 등급과 같다. 짐을 빨리 받고 싶으면 값비싼 좌석에 앉는 수밖에 없다. 항공사가 정한 고객 등급이 높을 때도 수화물을 빨리 받을 수 있다. 대한항공이 포함된 ‘스카이팀’이나 아시아나항공이 소속된 ‘스타 얼라이언스’ 등은 항공기 탑승 실적이 많은 고객에게 높은 등급을 부여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한다. 많이 탄 만큼 불편을 줄여주겠다는 철학을 실천하는 셈이다.

이도 저도 아닌 일반 이코노미 승객의 짐이 나오는 순서는 어떻게 될까? 이론상으로는 먼저 들어간 짐을 항공기 가장 안쪽에 넣은 후 차곡차곡 화물칸을 채워갈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수화물 업무를 취급하는 직원의 그날 컨디션이나 성향에 따라 내 짐이 어디 실릴지 결정된다 할 수 있다.

김포공항 출국장 모습 / 이진 기자
항공기에 짐을 채우는 공간은 기체 내로 한정된다. 전체 공간이 정해진 만큼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채우느냐가 관건이다. 마치 테트리스를 하듯 항공기 화물칸을 빈틈없이 채워나간다.

항공업계에서는 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탑재하는지 능력을 보고 ‘로드 마스터’라고 부르는 전문가를 둔다. 항공기가 안전 운항을 하려면 무거운 화물이 한 쪽에 치중되서는 안된다. 앞뒤좌우 무게 배분이 중요하며, 여기서 로드 마스터의 진가가 발휘된다. 로드 마스터 입장에서 봤을 때, 이코노미 승객의 짐은 잘 쌓아야 할 테트리스 한 조각일 뿐이다.

김포공항에 설치된 자동수화물위탁 기기 모습 / 이진 기자
최근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에는 탑승객이 직접 짐을 부칠 수 있는 수화물 셀프기가 있다. 두 공항에 설치된 기기는 외형이나 구동되는 형태 등 다양한 면에서 다른 형태지만, 승객이 발권과 짐붙이기를 동시에 하느라 길게 늘어선 대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한 도구다. 요즘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시대에 선재 대응한 항공사의 노력의 결과물이라 풀이할 수 있다.

기왕지사 복불복으로 내 짐이 나온다고 가정하면, 공항 도착 직후 기내에서 줄을 설 필요가 있을까 싶다. 어차피 공항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은 나의 수화물이 나오는 시간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줄을 서느라 신경을 곤두세우는 등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여유를 갖고 항공기에서 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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