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트북 시장을 돌아보면 단연 AMD의 약진이 돋보인다. 가장 많이 팔리는 메인스트림급 노트북 시장은 AMD의 코드명 ‘르누아르(Renoir)’ 노트북이 대세로 자리매김 중이다. 최고급 프리미엄 노트북 라인업에서는 여전히 경쟁사가 강점을 보이는 모양새지만, 불과 1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반전이다.
르누아르는 AMD의 7나노 공정 기반 3세대 프로세서 중, 내장 그래픽을 포함한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로 CES 2020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이후 3월경부터 이를 탑재한 노트북들이 대거 등장했고 IT조선에서는 이미 르누아르 기반 노트북 제품을 소개한 바 있다.
데스크톱 못지않은 코어 개수와 성능
AMD의 3세대 라이젠 기반 르누아르 프로세서는 노트북용 저전력 모바일 프로세서 중 최초로 8코어 구성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 최상급 모델인 라이젠 7 4800U는 열 설계 전력(TDP)이 15W(와트)에 불과하지만, 8코어 16스레드 구성을 지원한다. 경쟁사의 최대 4코어 8스레드 구성과 비교해 두 배에 달하는 코어 구성이다.
하지만 르누아르 프로세서는 업계 최초로 적용한 7나노미터(㎚) 공정과 그로 인한 높은 전력효율을 바탕으로 저전력 U 시리즈 프로세서에서 최대 8코어 구성을 실현하는 데 성공했다. 그로 인해 기존의 울트라북 제품에선 버거웠던 동영상 편집, 이미지 렌더링 등 높은 CPU 성능을 요구하는 작업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콘텐츠 제작’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시대에 최대 8코어급 멀티 프로세서 처리 성능을 제공하는 르누아르 프로세서는 더욱 매력적이다.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훨씬 작고 가벼운 노트북으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이동하며 콘텐츠를 다룰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에 강한 라데온 베가 내장 그래픽
때문에 캐주얼한 온라인 게임을 실행하는 수준인 경쟁사의 내장 그래픽과 달리, AMD 르누아르 프로세서에 탑재된 라데온 베가 그래픽은 좀 더 고사양을 요구하는 온라인 게임까지 즐길 수 있을 만한 그래픽 성능을 제공한다.
더욱 고사양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의 경우도 실제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한 경쟁사의 내장 그래픽과 달리, 최소한의 실행 및 플레이 가능한 성능을 보인다. 즉, 본격적인 게이밍 노트북만큼은 아니지만, 심심할 때 가벼운 게임 한 판 정도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성능도 갖췄다는 얘기다.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이 최대 매력
무엇보다 AMD 르누아르 탑재 노트북의 최대 장점은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이다. 브랜드나 모델, 세부 구성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비슷한 구성과 성능의 CPU를 기준으로 경쟁사 대비 평균 20%이상 저렴한 가격대를 자랑한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데 고성능 노트북이 필요한 소비자, 특히 학생들이 쓰기에 매력적이다.
가격뿐만이 아니다. 르누아르 프로세서를 탑재한 3세대 라이젠 기반 노트북들은 크기와 무게는 물론, 배터리 사용 시간 등도 거의 경쟁사를 따라잡았다. 이전 세대 제품들이 ‘성능은 좋은데 전반적으로 크고 무거우며, 배터리 시간이 짧은 편’이라는 평을 받았던 것과 비교해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
최대 약점 중 하나였던 프리미엄급 노트북 시장도 앞으로 기대가 크다. 제조사들이 르누아르 기반 라이젠 노트북의 잠재력을 충분히 확인한 데다, 수요 또한 적지 않음을 파악한 만큼, 이후 고급형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더 많은 ‘라이젠 노트북’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AMD 라이젠 노트북을 견제할 만한 경쟁사 인텔의 차세대 프로세서와, 이를 탑재한 신형 노트북은 빨라도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에나 나올 전망이다. 그때까지는 당분간 ‘르누아르’ 기반 AMD 라이젠 노트북의 돌풍이 계속될 전망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