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초대 사령탑으로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을 선임했다. 김 사장은 10년 이상 배터리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LG화학의 배터리 전성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김 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안정적 성장을 이끌 것이란 기대를 받지만, 부담감도 상당하다. 대규모 자금 조달, 전기차 화재 원인 규명, 경쟁사와 소송 등 당면한 과제가 산적했다. 그가 본부장이 아닌 CEO로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에 배터리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초대 CEO/ LG화학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초대 CEO/ LG화학
LG화학은 26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12월 1일 출범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신임 CEO로 김종현 사장을 선임했다.

김 사장은 1959년생으로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맥길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 LG생활건강에 입사해 2009년 LG화학 소형전지사업부장을 맡았다. 이후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등 전지 분야 주요 직책을 경험하며 소형전지사업 성장을 이끌었다.

아우디, 다임러그룹 등 유럽 및 중국 완성차 업체로부터 잇따라 배터리 신규 수주를 따내는 성과를 낸 그는 2018년부터 전지사업본부장으로 보임해 LG화학의 글로벌 배터리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화학 관계자는 "김종현 사장은 배터리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수주를 이끌어내는 역량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김 사장은 먼저 기업공개(IPO)로 투자 자금 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만 150조원인 LG에너지솔루션은 설비 증설 등에 매년 3조~4조원 규모의 비용이 필요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IPO 마무리 예정 일정은 2021년 하반기다. 국내 증시는 물론 미국 나스닥 등 해외 증시 상장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까지 연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 코나EV 화재로 촉발한 배터리 안전성 논란을 풀어내는 것도 과제다.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과의 수주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배터리 제조 결함으로 결론이 나올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출범하자 마자 직격탄을 맞게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코나 EV 화재 사고 원인에 대해 배터리 셀 제조불량 가능성을 지목했지만, LG화학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LG화학과 현대차는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리콜이 결정되면 배터리 교체 비용을 LG화학이 부담해야 할 수 있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교체 비용은 대당 13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리콜대상 차량의 10%가 배터리를 교체한다고 가정하면 1000억원쯤의 비용이 발생한다.

SK이노베이션과 1년 6개월간 펼친 ‘세기의 소송’ 주체도 LG화학이 아닌 LG에너지솔루션으로 바뀐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ITC 최종판결이 12월 10일로 다가온 가운데 김 사장이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최종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추후 SK이노베이션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ITC가 조기 패소 판결을 뒤집고 ‘수정(Remand)’을 지시하거나, 조기패소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되 공익성을 추가로 평가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 소송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소송 장기화는 LG에너지솔루션의 재무건전성을 지속 압박하고 경영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기약없이 소송 비용만 지출하면서 정작 써야할 곳에 자금을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초기 투자 자금 확보가 시급하다. 김 사장이 SK이노베이션과 합의금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이란 시각도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코나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현대차와 협력 중이고, 조만간 해결책을 내놓겠다"며 "소송에도 성실하고 단호하게 임해나가면서 경쟁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소송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것이 일관된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