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차'가 상용화 직전 단계를 앞두고 암초에 부딪혔다. ‘큰 손' 우버가 사실상 사업을 포기해서다. 미국에서 우버와 함께 플라잉 택시 사업을 공동 추진하던 현대차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플라잉카 사업은 단순히 하나의 이동수단을 개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 구축 등도 병행된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주요 업체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양산화 시점이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버와 현대차가 공동 개발한 플라잉 택시 / 현대자동차
우버와 현대차가 공동 개발한 플라잉 택시 / 현대자동차
최근 엔가젯 등 외신에 따르면 우버가 ‘플라잉 택시' 사업부 매각을 추진한다. 현지 언론들은 우버가 또 다른 플라잉 택시 스타트업 조비 에비에이션에 플라잉 택시 사업부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우버의 플라잉 택시 사업은 조비 에비에이션에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조비 에비에이션은 플라잉 택시 사업을 준비해온 스타트업이다.

우버는 2016년부터 플라잉 택시 사업에 공을 들였다. 회사는 올해 초 플라잉 택시 등을 포함한 항공 모빌리티를 활용하는 ‘우버 엘리베이트' 시범 운행을 선언하고, 2023년까지 상용 서비스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어 미 육군 연구소(ARL)와 공동연구 협약을 맺는 등 플라이 택시 사업 상용화에 속도를 냈다.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가 우버의 이번 결정에 대해 큰 충격을 받는 배경이다.

‘플라잉 카’는 하늘을 나는 소형 이동 수단이다. 빌딩 옥상이나 별도의 이착륙장을 활용, 교통체증이 심한 도심이나 공항 등 동선이 긴 지역에서 최단거리로 여객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미래 이동수단으로 각광 받는다. 동선 최적화를 통해 육상운송수단으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면 15분 만에 주파 가능하다는 것이 모빌리티 업계 설명이다.

플라잉 카는 이동수단의 가격, 운전의 어려움 등으로 개인 소비자보다 택시 등 플릿 판매에서 우선 상용화기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강했다. 우버 역시 모빌리티 플랫폼의 강점을 살려 신규 이동 서비스 분야에 한발 앞서 진출하려 했지만, 막대한 투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업부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

플라잉 택시 부문에서 우버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던 현대차그룹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도심형 항공 이동수단(UAM)의 상용화 시점을 2028년 전후로 보고 우버와 협업을 추진했다. 현대차는 자동차 전장부품 및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설립한 합자회사 모셔널을 통해 우버와 손 잡고 ‘하늘을 나는 택시'를 2028년 내놓을 계획을 최근 공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플라잉카 중 도심형 이동수단(UAM, Urban Air Mobility)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했다. 지난 10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취임사에서 수소차 등 친환경차와 함께 UAM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를 중점 사업으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가 2020년 CES에서 공개한 미래 모빌리티 비전. 헬리콥터 착륙장과 유사한 형태의 모빌리티 거점 허브(Hub)와 플라잉 택시로 활용되는 UAM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2020년 CES에서 공개한 미래 모빌리티 비전. 헬리콥터 착륙장과 유사한 형태의 모빌리티 거점 허브(Hub)와 플라잉 택시로 활용되는 UAM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내부적으로 2023~2026년 UAM 분야가 사업화 직전 단계인 시범운행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이동수단 개발 난이도와 별개로 인프라 구축이나 제반 기술 확보 등의 현실적인 문제도 인지하고 있다.

지난 4일 4일 온라인으로 열린 ‘현대차그룹 오픈 R&D(연구개발) 데이 2020’에서 신재원 현대차그룹 UAM사업부장 부사장은 "배터리 전동화로 해결하겠지만, 세계적으로 도심 내 소음규제가 (UAM 상용화를 추진하는 데) 어려운 점이다"라며 "여기에 기존 민간 여객기가 사용하는 항법장치로는 UAM을 운영할 수 없다. 새로운 항법 시스템 개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부사장은 "(여객 서비스 측면에서) 플라잉 택시의 이용 요금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면 사업이 성립할 수 없다. 경제성과 이용자 접근성도 중요한 문제다"라며 "이밖에 안전, 보안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고 덧붙였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