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이 2020년 세계를 강타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재택 문화가 자리를 잡았고, 이는 일상생활은 물론 다양한 산업 분야의 지형을 바꿨다.

비대면·온라인 서비스인 게임 산업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시대에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점쳐졌다. 실제로 세계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수 및 매출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 대표 게임 기업 세곳의 실적도 날아올랐다.

다른 사람과 접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파티·소셜 게임이 주목받기도 했다. 지스타 2020 등 각종 세계 게임 전시회는 온라인 전환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자료 사진 / 픽사베이
자료 사진 / 픽사베이
앱애니 "세계 모바일게임 다운로드·소비자 지출 역대 최대"
3N 나란히 실적 상승…코로나 수혜치고는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도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가 최근 발표한 ‘2020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 결산’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리 잡으며 모바일게임의 인기가 늘었다. 2020년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수는 총 530억회, 소비자 지출은 총 810억달러(88조5000억원)이었는데, 앱애니는 두 수치 모두 역대 최대라고 밝혔다.

한국에서의 양상도 다르지 않다. 3분기까지의 주요 게임 3사 누적 매출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적은 꾸준히 상승했다. 넥슨은 2조5323억원으로 연간 3조원 매출 달성을 목전에 뒀다. 넷마블은 1조8609억원을, 엔씨소프트는 1조8549억원을 기록해 각각 4년 연속, 창사 이후 최초로 연간 매출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수혜주’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예상보다 아쉬운 성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코로나19 이전에는 게임 산업의 성장률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었다"며 "게임이 올해 코로나의 ‘압도적인 수혜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N의 성장 폭이 대단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메이저 게임사일수록 단기간의 실적을 보고 게임을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더 멀리 보고 게임을 개발하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외출·접촉 줄자 주목받은 ‘파티·소셜게임’

동물의 숲 플레이 화면 / 오시영 기자
동물의 숲 플레이 화면 / 오시영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세계 게이머들이 ‘파티게임’과 ‘소셜게임’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외출과 소통이 제한되자, 온라인상에서 다른 사람과 북적이며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주목받은 것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영국 소규모 개발사 미디어토닉의 8월 출시작 ‘폴 가이즈’다. 이 게임은 한 게임에 60명의 이용자가 참가, 젤리빈 모양 캐릭터를 조종해서 마치 ‘키즈카페’ 같은 장애물을 돌파해 결승선에 선착순 도달하는 내용을 담았다. 출시 직후 스팀 동시접속자 수 16만명을 넘겼고, 출시 3주 만에 판매량 700만장을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소규모 개발사 이너슬로스가 2018년 6월에 출시한 ‘어몽어스’는 출시된지 2년이 지났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을 타고 차트를 역주행했다. 이 게임은 ‘마피아게임’을 한층 발전시킨 게임이다. 업계에서는 이용자 4~10명쯤이 모여 서로 소통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인기 요인으로 꼽는다.

닌텐도가 3월 출시한 샌드박스·소셜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도 흥행에 성공했다. 출시 3일 만에 188만장을 팔았다. 이 게임은 무인도를 꾸미고, 다른 사람의 섬에 놀러가서 함께 소통하는 내용을 담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콘솔 ‘닌텐도 스위치’ 중국 생산라인에 차질이 생기자, 품귀 현상이 벌어져 이른바 ‘스위치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스타2020 등 각종 게임 전시·간담회 온라인 환경에서 첫 도전

지스타 2020 개막식 사진 / 오시영 기자
지스타 2020 개막식 사진 / 오시영 기자
게임은 이용자와의 소통을 특히 중요시하는 산업 분야다. 각종 게임 간담회, 전시회를 오프라인으로 개최하기 어려워지자, 이를 비대면·온라인으로 옮기려는 움직임도 다수 나왔다.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2020도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환경으로 개최됐다. 부산 벡스코에 거대한 전시장을 차려놓고 이용자를 맞이하는 대신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서 새 게임 소식이나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이용자의 안방으로 직접 찾아왔다.

지스타 2020은 첫 온라인 개최에도 큰 문제 없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행사 기간 지스타 TV 채널을 다녀간 고유 시청자 수는 85만명을 넘겼다.

하지만, 게임 업계는 지스타가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소통’이 다소 약했다고 지적한다. 마치 TV 방송국처럼 정해진 시간에 이미 제작된 영상물을 상영하는 방식이어서 이용자와 소통할 여지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2021년에도 오프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이번 행사를 거울 삼아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신철 지스타조직위원장은 행사를 마칠 당시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도 한국 대표 게임 기업이 다수 참여해 비대면 환경에서도 유의미한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2020년을 경험으로 삼아 2021년에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극복하고 더 나은 행사로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