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로 인해 신산업 분야 벤처기업이 경쟁에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 활동을 시장에 맡겨 경쟁과 협력을 통해 자율적인 규제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규제 완화가 필요한 핵심 분야로는 원격 의료와 비대면 분야가 거론됐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13일 온라인으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벤처업계 신년 현안 및 정책방향’을 밝혔다.

그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해 혁신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 등 성장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협회는 올해 원격의료 분야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위한 활동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안 회장은 "미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기에 어떤 기업군보다 유연한 상황대처 능력을 보유한 혁신 벤처기업군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며 "과거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벤처기업 역할이 컸음을 인지해 정부가 보다 과감하고 전향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이슈가 되는 공정경제 3법이나 집단소송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등 규제입법 완화가 필요하다"며 "산업규제 측면에서는 신산업 분야의 규제 완화가 특히 필요한 상황으로, 정부 내부의 단일 컨트롤타워를 가동해 규제개혁 조정 기능을 모을 필요가 있으며 국회의 전폭적 협조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기존의 법과 제도의 틀로 신산업을 재단해선 안 되며 속도감 있는 규제혁신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업 간 공정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민간에서 자율적인 규제가 형성되고 자정작용이 이뤄지는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고 했다.

벤처기업과 대기업의 상생 생태계도 과제로 언급했다. 대기업은 신산업 출현과 융‧복합 현상으로 내부 혁신역량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있으며, 벤처기업은 혁신기술로 양적 성장을 이루고 있으나 국내 규제‧시장 창출능력 한계 등으로 대기업의 인프라 지원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안 회장은 "대기업 생태계의 불공정 갑질행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진정한 의미의 상생 생태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오너의 확고한 근절의지 표명과 이를 진정으로 실천하는 대기업오너의 자세가 유일한 해법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형 혁신벤처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삼성의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의 확고한 의지와 신속한 결단이 필수라고 판단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며 "이 부회장에게 과거 악습의 고리를 끊고 우리 경제의 위기 돌파와 재도약에 기여할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라며 벤처기업인들도 산업 현장에서 부도덕한 관행 및 탈법적 경영활동 등을 감시하겠다"고 했다.

한편 안 회장은 임기를 한 달여 앞두고 소회도 밝혔다. 그는 "지난 4년간 연임하며 한국형 혁신벤처생태계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정부에 벤처업계 발전방안을 제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며 "투자 환경과 법‧제도의 개선, 창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는 등 눈에 보이는 진전이 있었기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