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스타트업 엔픽셀이 ‘그랑사가’를 출시하며 게임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엔픽셀은 이제 막 첫 작품을 출시한 신생기업이지만 신규 지식재산권(IP) 발굴·크로스 플레이 지원은 물론 벌써부터 차기작 사이트를 오픈할 정도로 차별화한 행보를 보여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그랑사가 플레이 화면 / 오시영 기자
그랑사가 플레이 화면 / 오시영 기자
신규 IP 창출…스타트업 게임사 중 이례적

엔픽셀은 정현호, 배봉건 대표 등 넷마블의 세븐나이츠를 개발한 이들이 모여 창업한 회사다. 개발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60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게임사 시리즈A 투자 신기록으로 평가된다.

엔픽셀이 업계에서 주목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IP를 창출했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에는 게임 기업이 게임을 만들 때 대부분 기존 IP를 활용한다. 반면 엔픽셀은 그랑사가를 출시하며 새 IP를 창출하는 도전을 했다.

또 모바일게임에 그치지 않고, PC버전에 최적화한 별도 클라이언트를 만들어 배포하는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한다. 이를 이유로 그랑사가는 업계에서 2021년 주요 대작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로 기대를 받는 작품이 됐다. 출시 전 사전예약 행사 참여자 수는 500만명을 넘겼다.

그랑사가와 엔픽셀에 업계 기대감이 크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대작 수집형게임이 이미 시장에 다수 등장해 시장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랑사가, 세나2·원신에 도전장

넷마블의 세븐나이츠2(2020년 11월 출시)가 대표적이다. 이 게임은 출시 초기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의 구글 매출 순위를 제칠 정도로 흥행했다. 최근에는 꾸준히 매출 3위를 지킨다. 엔픽셀은 한 때 주축 멤버의 대표작이었던 세븐나이츠의 후속작과 ‘정면 승부’를 해야 하는 셈이다.

중국 게임 ‘원신’도 넘어야 한다. 그랑사가는 출시 전부터 ▲캐릭터를 귀엽게 표현하고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고 ▲속성을 기반으로 캐릭터를 태그해 전투를 진행하는 점 등이 원신과 비슷해 직접 비교됐다. 원신은 출시 첫 달 세계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출시 3개월 만에 모바일에서만 5억달러(5476억원) 매출을 올렸다.

업계는 이미 시장에서 ‘잘 나가는’ 경쟁작을 이기기 위해선 차별화한 운영과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그랑사가가 인상적인 초반 연출에 걸맞은 게임성, 과금모델 등으로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며 "엔픽셀은 신생 기업인 탓에 운영 면에서 대규모 기업보다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으나, 기존 기업의 ‘틀에 박힌 운영’에서 탈피해 색다른 시도를 이어간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랑사가는 동화풍 3D 그래픽과 매력적인 캐릭터를 마련해 여성 이용자까지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전예약 단계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만큼, 신생 개발사의 새 IP를 바탕으로 하는 도전이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아 시장에 활력을 가져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