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농심·삼양식품의 라면 해외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농심의 경우 영화 ‘기생충' 여파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글로벌 수요가 폭발하면서 지난해 1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40% 해외매출이 성장했다. 오뚜기 역시 해외매출은 2020년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으나 해외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코로나 특수 수혜를 덜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심은 LA뮤직페스티벌에서 신라면 브랜드를 홍보했다. / 농심
농심은 LA뮤직페스티벌에서 신라면 브랜드를 홍보했다. / 농심
6일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라면을 떠나 식품업계 전반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팝과 넷플릭스 등 한류 콘텐츠 바람도 불고 있어 식품업계 측면에서 해외시장 확대의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농심은 2020년 해외매출이 전년 대비 24% 성장한 9억9000만달러(1조1264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세계 라면 소비가 급증해 수출실적이 크게 늘었고, 미국·중국 등 주요 법인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뒀다는 설명이다.

신라면은 농심 해외사업의 핵심이다. 농심은 2020년 신라면 해외 매출을 전년 대비 30% 성장한 3억9000만달러(4437억원)로 예상했다. 농심 해외 사업의 40%에 달하는 수치다. 농심은 2021년 해외사업 매출 목표를 올해보다 12% 높은 11억1000만달러(1조2629억원)로 잡았다.

농심 해외매출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곳은 미국이다. 캐나다를 포함한 미국법인 매출은 2020년 3억2600만달러(3709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 대비 28% 성장한 수치다. 농심은 미국법인이 중국법인을 제치고 농심의 해외사업 선두자리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농심은 유럽시장인 영국, 독일 등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다. 유럽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할 전망이다.

신라면과 짜파구리의 인기로 농심의 해외매출 비중은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농심은 2016년 전체 매출 2조2170억1500만원 중 해외 매출로만 7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면서 해외매출 비중 32%를 기록한 바 있다. 2019년에는 9000억원으로 해외매출 비중이 38%로 높아졌다.

해외매출 비중이 지난해 50%를 넘어선 삼양식품 역시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봤다. 삼양식품은 2020년 3분기 해외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93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매출 677억원보다 더 크다. 동기간 미국 매출은 코스트코 등 주요 마트 입점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40% 증가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해외매출 중 절반은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 수출액은 2016년 450억원에서 2019년 1250억원으로 3배쯤 높아지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9년 광군제에서는 불닭 브랜드를 앞세워 하루만에 2510만위안(43억원) 어치를 판매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의 해외매출 중 35%는 동남아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회사는 이 지역 진출 초기 할랄 인증을 앞세워 무슬림 시장을 공략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장했다.

미국시장은 불닭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6년부터 수출 물량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미국 수출액 중 불닭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이다.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을 필두로한 불닭면과 소스로 제품 폭을 확대했다.

반면, 경쟁사 대비 해외 비중이 낮은 오뚜기는 코로나19 특수 수혜를 덜 봤다는 것이 유통업계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경쟁사인 농심과 삼양식품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오뚜기의 해외매출 비중은 2017년 8.9%, 2018년 8.4%, 2019년 9.8%로 한 자릿수대로 경쟁사인 농심(26%대), 삼양식품(50%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2020년은 글로벌 라면 수요 상승으로 해외매출 비중이 10%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오뚜기는 미국, 베트남, 중국 뉴질랜드 등 4개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3분기 오뚜기는 미국 법인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배 성장한 38억원 기록했고, 2019년 적자를 냈던 뉴질랜드 법인도 2020년 3분기는 흑자 전환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는 등 해외매출이 상승세다.

한국 식품업계가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글로벌 라면 시장을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글로벌 1위까지의 길은 아직 멀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라면시장 규모는 412억달러(46조8700억원)로 전년 대비 11.3% 성장할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라면 점유율 1위는 중국의 ‘캉스푸(康師傅)’다. 올해 예상 점유율은 13.4%다. 2위는 인스턴트 라면을 최초로 개발한 일본 닛신(日淸)이다. 그 뒤를 인도네시아의 인도푸드(7.5%), 일본의 토요스이산(東洋水産, 7.3%)이 따르고 있다.

농심은 2020년 기준으로 3위인 인도푸드와의 점유율 격차가 1.8%이고 최근 공격적인 글로벌 사업 행보로 바탕으로 수년 내 세계시장 3위 자리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라면 수출액은 2020년 1~5월 기준으로 2억4930만달러(3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5.6%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이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의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라면 주요 수출국은 중국·미국·일본·대만·태국·호주 등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