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줄 서평] 유현준의 '어디서 살 것인가'

이은주 기자
입력 2021.03.23 06:00
많은 현대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즐깁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이나 통찰을 담은 정보들을 ‘무상’ 공유합니다. 그 대가로 ‘좋아요'를 받고 만족합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대형 플랫폼의 콘텐츠가 됩니다.

유현준의 ‘어디서 살 것인가' / 을유문화사
현대인들은 왜 ‘무상으로' SNS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영업에 적극 참여하는 것일까요?

건축을 통해서 권력의 섬세한 작동 방식을 통찰한 저자 유현준은 ‘어디서 살 것인가’(을유문화사)를 통해, 이 역시 ‘권력 욕망'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만인의 시선이 특정인에게 쏠릴 때 생성되는 권력의 효과를 본능적으로 체득한 사람들이, SNS를 권력 ‘성취'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권력을 증폭시키는 수단으로서의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을 적극 활용해 온 건축의 역사를 통찰한 그의 책을 통해 건축물과 사회를 새롭게 바라보는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유현준의 ‘어디서 살 것인가' 7장 현대인이 SNS를 많이 하는 이유

1.우리는 정치 집회를 할 때 주로 광화문 광장에 모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역사적 중심축은 ‘이순신 동상 - 세종대왕 동상 -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축선상의 중심 공간이 광화문 광장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집회는 단순히 넓은 공간을 차지했다는 의미를 떠나 권력의 중심축을 누가 점유하고 있느냐를 보여 주는 중요한 전시 행위다

2.거대한 건축물과 공간을 좌우대칭이라는 규칙하에 묶어 놓으면 그 안의 사람은 상대적으로 자신을 작은 존재로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런 공간 구성은 개인의 존재감을 억누르는 전략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학교 건물은 좌우대칭이 되면 안 된다. 좌우대칭의 건축 공간에서는 사람이 억눌리기 때문이다.

3.우리가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유럽의 오래된 도시에 가면 모든 공간이 좌우 비대칭이고 도로 모양도 제각각임을 볼 수 있다. 이런 공간 속에서는 규칙을 찾기가 어렵다. 규칙을 찾기 어렵다는 것은 중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4.TV, 영화 같은 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TV에 많이 나오는 사람은 권력을 갖게 된다. 현대인들은 신전 꼭대기를 우러러보기보다는 TV나 스마트폰 스크린을 더 많이 쳐다본다. 그 모니터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가들은 나쁜 소식으로라도 TV 뉴스에 나오기를 원한다. 이 원리를 잘 이용한 사람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건축에서 미디어로 양상만 바뀌었을 뿐 바라보기와 권력의 본질은 그대로다.

앵커맨은 화면의 중앙에 위치하기 때문에 큰 권력을 갖는다. 손석희 앵커같이 시청률이 높은 뉴스의 앵커는 이 시대의 중요한 권력자다. 이들도 고대의 신전 꼭대기에 서 있는 제사장과 같다. 권력이 생겨나면 함께 따라오는 것이 중독이다. 권력에 취한다는 말이 있다

5.TV나 영화에 나올 수 없는 일반인들은 그런 권력을 가지기 위해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SNS에 자신의 사진을 올린다. 내 사진을 누군가 본다면 내가 권력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감시를 받으면 권력을 빼앗기지만 내가 보여 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 주면 오히려 권력을 갖게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셀카를 찍어서 SNS에 열심히 올리는 사람은 십시일반 자신의 권력을 만들고 있는 중인 것이다

6.5천 년 전 수메르문명의 권력자는 건축물을 만들고 죽을 때까지 권력을 점유했다면 지금의 연예인은 방송국의 시스템을 잠시 빌려 아주 짧은 기간 권력을 가진다는 점이 다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미디어 시스템을 장악한 사람이 이 사회에서 진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 방송국 시스템이 곧 과거의 신전 건축이다. 방송국 사장이 이 시대의 제사장인 것이다. 방송국 사장 자리에 누가 앉아 있느냐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상파 TV의 사장 자리를 놓고 공방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7.현대사회에서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지는 권력은 찰나성이 더욱 심하다. 우리는 건축과 미디어를 통해 권력을 만드는 법을 안다.

8.지리적으로는 그리스부터 잉카문명까지, 시기적으로는 수천 년의 건축 역사 동안 계단 한 단의 높이는 대략 18㎝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필자가 경험해 본 가장 높은 계단 한 단의 높이는 마야 피라미드 신전의 계단이다. 하지만 이것도 사람이 걸어 올라가지 못할 정도의 계단은 아니었다.

9.직장에서도 부장님의 자리는 창을 등지고 있는데, 그 위치는 다른 사람은 뒤에서 그 사람을 보지 못하지만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을 볼 수 있는 자리여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항상 그런 자리를 찾는다

이렇듯 건축에서 가장 확실하게 다른 사람을 관찰할 수 있는 자리는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 있는 자리다. 그래서 우리는 권력을 더 가진 사람을 ‘높은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0.그런데 그것을 거슬러서 높은 곳으로 간다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다. 당연히 힘이 남는 권력자들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도 이러한 권력 추구의 본능이 반영된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높은 산의 정상에 오르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은 권력욕이 많은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정치가들 모임에 낚시회보다 산악회가 많은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닐까?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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