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글로벌 경영 화두다. 주요 대기업이 경영의 새로운 핵심 가치로 삼을 만큼 ESG는 기업 평가의 중요 요소로 자리하는 추세다. 삼성·SK·LG 등 대기업들은 잇따라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환경 개선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활동에 돌입했다.

최태원 SK 회장 / SK그룹
최태원 SK 회장 / SK그룹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세계 ESG 투자자산 규모는 2012년 13조3000억달러(1경5029조원)에서 2020년 40조5000억달러(4경5765조원)로 8년 새 3배 넘게 증가했다.

국민연금도 2022년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기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투자 규모는 2012년 49억달러(5조5300억원)에서 2019년 255억달러(28조7600억원)로 5배 증가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ESG 경영이 가속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ESG 등 기업의 새로운 역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3월 31일 ‘제48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코로나로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한국판 뉴딜과 탄소중립 이행 등을 통한 ESG 확산 및 경제주체 간 연대와 협력을 지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SG 논의 및 강화 활동이 가장 활발한 기업은 SK그룹이다.

SK는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ESG위원회는 환경과 사회적 가치, 지배구조와 관련한 전략을 분석해 회사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SK하이닉스는 3월 30일 주총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집중한다는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활용 비율을 100%로 늘리는 ‘RE100’과 ‘탄소순배출제로’ 선언 등 ESG 경영을 착실히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도 친환경 강화 전략인 ‘그린 밸런스 2030’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자회사 SK종합화학 일부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며, 해외 셰일오일 광구도 매각하기로 했다. 탈탄소 목표달성을 위한 일환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하고, 기존 동남아 지역 광구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삼성 깃발 / 조선일보 DB
삼성 깃발 / 조선일보 DB
삼성은 올해 ESG 정책과 계획, 주요 활동의 심의 등을 맡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조직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최고경영자(CEO) 직속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로 격상하고, 사업부에도 전담 조직을 설립했다.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관하도록 해 지속가능경영이 우선순위가 되도록 힘을 줬다.

삼성디스플레이도 3월 21일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은 ESG 가치 경영을 선도하기 위해 ‘RBA(책임감 있는 산업 연합)’에 가입했다. RBA는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의 연합체다.

삼성SDI는 최근 BMW, 볼보, 구글 등과 ‘심해저 광물 채굴 방지 이니셔티브’에 참여했다. 심해저에서 광물을 채취하면 자연에 잠재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DSM을 통해 공급되는 자원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LG전자 여의도 사옥 전경. / 조선일보DB
LG전자 여의도 사옥 전경. / 조선일보DB
LG 역시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했다. ESG 위원회는 ESG 경영의 최고 심의 기구다. 환경·안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고객가치, 주주가치, 지배구조 등 전사 차원의 주요 정책을 심의해 이사회에 보고한다.

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하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각 사 대표이사가 위원회 멤버로 참여한다. 위원회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원회 산하에 ESG 관련 분야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컨설팅 그룹’도 둘 계획이다.

LG전자는 3월 30일 지속가능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 포스코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제품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2017년 대비 50%로 줄이는 동시에 외부에서 탄소감축활동을 통해 획득한 탄소배출권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안전·환경 사고 근절을 위해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를 신설하고 신상문 부사장을 선임했다. CSEO는 국내외 사업장에 대한 안전·환경 정책수립 및 점검과 관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안전·환경에 대한 위험 감지 시 생산과 작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생산중지 명령’ 등 최고경영자(CEO) 수준의 권한을 갖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