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내재화에도 소재기업 가치는 오히려 상승

김동진 기자
입력 2021.04.05 06:00
최근 전기차 밸류체인의 변화가 크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연이어 배터리 내재화(자체 생산)를 추진한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이 대표적인 예다.

배터리 기업들은 당황한 기색을 역력히 보이지만,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오히려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더라도 배터리 소재를 소비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소재 기업의 납품처가 배터리 기업에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 늘어나면서, 소재기업 사이에서는 고객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폭스바겐 전기차 ID.4 이미지 / 폭스바겐코리아
2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2021년 3월 기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과 분리막, 양극재(니켈, 코발트, 망간 계열)의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

2021년 3월 기준, 배터리용 동박 수출액은 전년 대비 55%, 전달 대비 21% 상승했다. 양극재(니켈, 코발트, 망간 계열) 수출액도 전년 대비 61%, 전달 대비 12% 올랐다. 동박과 양극재는 월 기준 최대 수출액을 달성했다. 분리막 수출액도 전년 대비 12%, 전달 대비 2% 증가했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발표 후 국내 배터리 3사 주가가 폭락한 것과 달리, 소재 기업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모습이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통적인 상반기 계절성에도 견조한 수출 데이터가 지속해서 기록되고 있다"며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배터리 소재 매출도 함께 상승하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더라도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오히려 고객사 확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것이다"라며 "실제로 앞선 기술을 보유한 국내 소재기업들은 테슬라나 노스볼트 등 신규 고객사들과 공급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증권가 분석처럼 최근 소재기업들은 국내 공장을 100% 가동하는 데 이어서 해외 생산 거점까지 구축할 정도로 많은 주문량을 소화하고 있다. SKC 자회사인 SK넥실리스(구 KCFT)는 가동 중인 전북 정읍 4공장에 이어 2020년 3월과 6월, 각각 5공장과 6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투자 규모는 총 2400억원이다. 5공장은 2021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며, 6공장은 2022년 1분기 완공 예정이다. 5공장이 완성되면 동박 생산량은 연 4만3000톤, 6공장 완공 시 5만2000톤의 동박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SK넥실리스는 최근 2023년까지 말레이시아 사바주 코타키나발루시 KKIP공단에 6500억원을 투자해 연산 4만4000톤 규모의 생산거점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2021년 상반기 착공해 2023년 가동을 목표로 삼았다.

SK넥실리스와 함께 동박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소재기업 일진머티리얼즈도 4만6000톤이던 동박 생산량을 늘려 2021년말까지 5만6000톤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기업도 2017년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 진출했다. 2019년부터 연 1만톤의 동박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약 1조1300억원을 투자해 폴란드 실롱스크주에 분리막 3, 4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이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지금껏 단행한 단일 투자 중 역대 최대규모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건설할 폴란드 3, 4공장은 각각 연간 생산능력 4.3억㎡ 규모로 총 8억6000㎡다. 이로써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1, 2공장의 6억8000㎡ 생산능력과 3, 4공장의 8억6000㎡ 생산능력을 더해 폴란드에서만 연간 총 15억4000㎡에 달하는 분리막 생산능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소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과 분리막 등은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수요를 보인다"며 "배터리를 내재화한다고 소재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재 기업은 앞으로도 귀한 몸 대접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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