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예술 산업, 소모적 논쟁 말고 방향성 논의해야

홍기훈 교수·박지혜 대표
입력 2021.04.07 12:50
세계 예술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규모는 매우 작다. Art Basel과 UBS가 공동으로 발간하는 보고서 The Art Market 2021에서 한국 예술 시장은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전체 예술 시장의 7%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그 외 나라’, 그 중에서도 일부가 한국이다.

하지만 요즘 세계가 한국 예술 시장을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는 2022년 한국화랑협회와 공동으로 아트페어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 아트 바젤 또한 한국 예술 시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매그너스 렌프루 아트바젤 아시아 디렉터는 2022년 7월, 대규모 아트페어를 서울 삼성 코엑스에서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 유명 갤러리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독일 유명 갤러리 쾨닉은 최근 도쿄 분점을 철수하고 서울에 새 둥지를 잡았다. 2017년 서울에 분관을 낸 페이스와 리만머핀 갤러리 또한 한국 예술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전시공간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3대 갤러리인 하우저앤워스 또한 서울에 분관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 자리 잡는 세계 유명 아트페어 및 갤러리의 움직임은 우리가 주목할 부분이다. 2000년대 초반 홍콩이 아시아 예술시장 허브로 자리을 때의 모습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홍콩에는 예술품 전시 공간이 적었다. 그러다 유명 아트페어가 개최되고 해외 유명 갤러리, 경매회사가 진출하면서, 홍콩은 한순간에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라는 위상을 갖게 됐다.

아트바젤 홍콩을 중심으로 전시 및 행사가 개최되는 매년 3월에는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홍콩에 몰려든다. 5일간 아트바젤 홍콩을 통해 거래된 예술품 금액 규모만 해도 1조원대다.

만약 서울이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로의 위상을 가지게 된다면, 예술 시장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예술 산업이 한층 발전할 뿐만 아니라 방문자 덕분에 관광이, 미술품 금융 덕분에 금융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커질 것이다.

하지만, 서울이 주목받고 있는 지금 분위기를 환호할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홍콩 이전 아시아 예술 시장 중심이었던 싱가포르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홍콩에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 타이틀을 빼앗긴 싱가포르는 이를 되찾으려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무관세 거래소 프리포트(freeports)를 유치하고, 아트페어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Art Stage Singapore)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다. 하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만약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 서울이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로 발돋움한다 해도, 이후 이 위상을 다른 나라에 빼앗긴다면? 다시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떠난 기회를 다시 잡는 것은 처음 잘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세계가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로 서울을 바라본다.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이 때 우리가 고민할 것은 예술 시장이 흐를 ‘방향성’이다.

물납제처럼 딱히 정당성도 없고 필요하지도 않은 사안에 매몰돼 소모적 논의만 이어간다면, 정말 중요하고 단 한번만 올지 모르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아시아 예술 시장의 허브 한국, 서울. 이를 현실로 만드려면 방향성과 함께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위험관리·ESG금융·대체투자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한다.

박지혜는 아트파이낸스그룹(Art Finance Group) 대표다. 우베멘토 Art Finance 팀장 역임 후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참여 및 아트펀드포럼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술시장과 경매회사(2020년 출간 예정)』 (공동집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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