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정부의 ‘K-반도체 전략’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기존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두배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내 설비증설, 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열어두겠다는 의중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13일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현재 대비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두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 SK텔레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 SK텔레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당사는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해 국내 팹리스(시스템 반도체 설계기업)들의 개발·양산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모바일, 가전, 차량 등 반도체 제품 공급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기대효과를 강조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공급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뜻이다. 국내 팹리스 기업들을 지원해 비메모리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박 부회장의 강한 의지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는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2% 수준에 불과한 전형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중국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운영 중이다. 청주 사업장에 파운드리 설비 공간이 남아 있는 정도다.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보유하고 있는 생산능력은 8인치 웨이퍼 기준 월 8만5000장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알려진다. 이 생산능력을 두배 확대하면 월 17만장을 넘겨 글로벌 파운드리 10위 업체인 DB하이텍(13만장)의 생산능력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회장은 2012년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를 진두지휘한 경영자다. 최근 SK하이닉스 각자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조만간 M&A 등 구체적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박 부회장은 2017년 일본 키옥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 투자, 2020년 인텔 낸드사업 인수계약 등 SK하이닉스의 굵직한 투자에 관여했다.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가 M&A를 통해 비메모리 분야에도 공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주목한다.

박 부회장은 이미 파운드리 분야 M&A에 대한 단초를 보였다.

그는 4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파운드리에 더 투자해야 한다"며 "국내 팹리스들에게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이들 기업은 여러 기술개발을 해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4월 말 있었던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발표에서는 노종원 부사장(CFO)이 "8인치 파운드리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박 부회장의 계획을 구체화했다.

13일 K-반도체 전략 발표에서는 국내 증설, M&A 등 전략적 옵션이 구체화되면서 M&A 전문가인 박 부회장이 조만간 M&A 또는 공격적 지분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