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가격이 연일 출렁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끊임없는 입방정과 중국 당국의 규제 여파다. 글로벌 기관은 여기에 아랑곳 않고 가상자산 추가 매입에 이어 관련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움츠러든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기관의 이러한 움직임으로 고개를 들지 관심이 쏠린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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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출렁임에도 해외에선 여전히 ‘러브콜’

해외 기관들은 가상자산 가격이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 현 시점에도 관련 투자 및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체인널리시스’에 따르면 해외 기관들이 최근 7만7000비트코인을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기관이 비트코인 가격이 3만~3만5000달러 수준으로 내려갔을 때 오히려 추가 매입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체인널리시스의 블록체인 트랜잭션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집계됐다.

하락장에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한 대표 기업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다. 이 기업은 최근 271개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했다. 이에 따라 보유 비트코인은 총 9만1850개로 늘었다. 평균 매입 단가는 5만5387달러로 체인널리시스가 집계한 가격 대비 높다.

글로벌 은행들은 가상자산 사업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한다. 예컨대 뉴욕 최대 전통 은행으로 꼽히는 BNY멜론은 아일랜드 더블린에 가상자산 사업을 위한 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민간 가상자산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다양한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준비할 계획이다.

이는 BNY멜론이 2월 가상자산을 취급한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은행은 당시 가상자산 기반 자금 조달 서비스를 미국 은행권 최초로 개시한다고 선언했다. 가상자산 고객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규제 명확성도 개선되고 있는 만큼, 은행권 서비스가 새로운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가능성 높이 보는 전문가들

업계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무게를 둔다. 마이크 맥글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수석 상품 전략가는 6월 보고서를 통해 "5월 비트코인 조정의 원인은 과도한 상승 랠리와 중국발 규제 때문이다"라며 "지난해 비트코인 반감기로 인한 공급 감소, 기관의 비트코인 투자, 캐나다와 유럽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등을 고려하면 비트코인은 10만달러를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비트코인 반감기와 함께 거시경제에 유례없는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면서 비트코인의 펀더멘탈이 강력해졌다"며 "반감기가 있었던 2013년에는 비트코인이 55배 올랐고, 2017년에는 15배 상승했던 것처럼 지난 10년간의 역사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가격 전망으로 유명세를 떨친 투자 리서치 업체 펀드스트랫 어드바이저스의 톰 리 대표는 "비트코인이 새로운 악재로 급락하지 않는 이상 현재 저점을 다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올해 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12만5000달러까지 간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비트코인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모양새다.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가상자산은 시세차익을 위한 투자수단을 넘어 기업의 새로운 사업수단이 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가상자산을 직접 발행하기 시작하며 중앙은행 권력에 침범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저히 낮은 보안위험과 발행·유지비용 등 암호화폐는 발행자와 사용자 모두에 장점이 명확하다"며 "가상자산 생태계는 가까운 미래에 투자자가 아닌 발행자와 사용자 확대를 통해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도 최근 리포트를 통해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과 제한적인 결제 범위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관과 기업들의 관심은 높아진다"며 "소비자 투자 수요 확대와 가상자산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확대에 따른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나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산업이 늘어날수록 각국 CBDC 도입 움직임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상자산과 CBDC가 상호 공존하는 흐름이 예상된다. CBDC 도입에 앞서 유통 채널 측면에서 플랫폼 산업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