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톡] ㉙물에 따라 차이 나는 커피 맛

신혜경 칼럼니스트
입력 2021.08.13 06:00
같은 커피생콩이라도 로스팅 정도, 추출 도구와 추출 방법, 사용하는 물의 온도와 시간 등의 추출조건들에 의해 커피의 향미가 달라진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여러 추출 조건 이외에도 놀랍게도 커피는 어떤 물을 사용하여 추출하는지 따라서도 상당히 다른 맛을 낸다.

우리가 마시는 물에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구리나 철, 칼슘과 같은 금속이온이 염이나 산화물 형태로 녹아있다. 또한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이산화탄소와 같은 기체들도 물속에 녹아 있다. 공기 중에 있는 기체들이 물에 녹고, 지각에 포함된 여러 종류의 원소들이 자연스럽게 물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팔리고 있는 먹는 샘물에는 물분석표가 붙어 있다. 물분석표에는 물에 녹아 있는 고형물의 총량을 나타내는 TDS, 경도, pH, 질산염,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등의 함량이 표시되어 있다. 물분석표를 자세히 보면 브랜드마다 물의 특성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먹는 샘물 분석표(한국커피협회 티마스터 워크숍에서 나온 내용 발췌)
물맛을 따질 때에는 흔히 산성과 알칼리성의 정도를 따지는 pH 값, 물에 들어 있는 미네랄 함유량, 칼슘과 마그네슘 함유량을 측정하여 그 농도를 따진 경도, 질산염 함유량 정도에 따른 물의 순수도, 탄산가스의 함유량을 따진 탄산염 함유량 등 5가지 요소를 고려한다.

pH 수치가 7이 중성이고 그 수치를 넘으면 알칼리성, 그 이하면 산성을 나타낸다는 것은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물의 경도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연수’가 무엇인지를 알기보다 단지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연수기’를 사용하여 수돗물을 ‘연수’로 바꾸어 사용하는 가정도 있다. 연수는 물의 경도와 관련된 것이다. 물의 경도는 물에 녹아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 등의 농도를 측정하여 수치화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기준은 120 mg/L를 초과하면 경수(hard water)라 하고, 그 이하가 되면 연수(soft water)라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에비앙과 삼다수의 물 분석표를 비교하여 살펴보면, 에비앙은 pH 수치가 7을 약간 넘긴 약알칼리성을 나타내고, 물의 경도가 291 mg/L로서 경수에 해당한다. 미네랄 함량도 상당히 많다. 반면 삼다수는 pH 수치가 7.8로서 약알칼리성이나 경도가 20 mg/L로서 연수에 해당하고 미네랄 함량이 에비앙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특성이 상호 다른 샘물로 동일한 커피원두를 동일한 추출도구를 이용하여 같은 방법으로 커피를 내리더라도 최종 음료의 향미가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먹는 샘물의 물분석표에 제일 위에 나와 있는 TDS(Total Dissolved Solids)는 물에 녹아있는 고형물의 총량을 말하는 것이다. 주로 물의 경도에 영향을 주는 미네랄 함량이 TDS 값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WHO는 음용수 기준으로 TDS 값이 300 mg/L 이하이면 가장 좋은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WHO는 TDS 값이 600~900 mg/L 이면 ‘좋음’, 900~1200 mg/ L 이면 ‘보통’, 1200 mg/L 이면 ‘저급’, 1200 mg/L 이상이면 ‘사용 불가’로 정의하고 있다.

물은 양전자를 띄는 수소원자 2개와 음전자를 띄는 산소원자 1개로 결합되어 극성을 띄는 전자들을 끌어당기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물의 특성에 의해 또 다른 극성을 가진 여러 커피 성분들이 물을 만나면 물과 쉽게 결합하여 물에 녹게 된다.

더 나아가, 커피가 물에 잘 녹는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물은 평균 3.4개의 여러 물분자들이 수소결합으로 그물망 구조(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클러스터는 정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1초나 1/1000초 단위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클러스터가 만들어졌다가 바로 사라지기도 한다. 이때 물분자 사이사이에 빈 공간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커피의 고형성분이 바로 그 빈 공간 속을 들어가게 되며 물에 녹는 것이다. 특히, 물의 온도를 높이면 물분자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져 서로 끊어지려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때 빈 공간은 더욱 넓고 크게 만들어져 더 많은 커피 고형성분이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물의 온도를 높이면 추출수율(커피가루에서 뽑아져 나올 수 있는 고형성분의 양)은 더욱 높아지고 더욱 강한 추출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TDS 값이 높은 물은 이미 물속에 미네랄 고형물이 많이 들어있다. 그러므로 그러한 물로 커피를 추출하게 되면 커피 속의 고형물이 빠져나와 물에 용해되기 어렵다. 반대로, TDS 값이 너무 낮은 물은 커피 고형물이 과다로 추출될 우려가 있다. 즉, TDS 값이 0인 상태인 증류수로 커피를 내리게 되면 커피 고형물이 과다하게 추출되어 매우 자극적인 커피가 된다.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에서는 커피 추출에 적합한 물로 미네랄 함량 75~250 mg/L의 물을 추천하고 있다.

연수는 경수에 비해 물 맛이 더 부드럽고 밋밋하다. 그러나 연수는 커피의 향기와 맛을 좀 더 뽑아낼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어서 추출조건을 잘 따져서 추출하면 매끈한 감촉으로 부드럽게 목넘김을 할 수 있는 아주 맛 좋은 음료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물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거나 시간을 길게 추출하게 되면 과다추출될 우려가 있다. 반면, 경수는 이미 많은 미네랄과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어 커피성분을 충분히 빼내기가 힘들어 커피맛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물속에 함유되어 있는 다량의 미네랄로 인하여 쓴맛이 강하게 나기도 하는 등 부정적인 맛까지 내기도 한다. 하지만 입속에 들어오는 풍성한 감촉은 느낄 수 있다.


물의 경도에 따른 커피의 향미
커피 추출은 물의 산성과 알칼리성 정도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알칼리성을 띠는 물은 산성을 띠는 유기산, 아미노산 등의 용해도를 높인다. 그리하여 산미가 있는 커피를 잘 만들어낼 수 있는데, 알칼리도가 지나치면 산미를 중화시켜버려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매력 없는 커피를 만들기도 한다. 반면, 산성을 띄는 물은 수소이온으로 둘러싸인 상태가 되어 용해도를 저하시킨다. 따라서, SCAA에서는 pH 6.5~7.5인 중성의 물을 커피 추출에 최적의 물로 추천하고 있다.

물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커피 향미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커피전문점에서는 적절한 성분의 물로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정수 필터를 커피머신이나 마시는 물에 연결하여 물의 성분과 특성을 조절하고 있다. 정수필터는 카본필터, 수소이온필터, 나트륨제거 필터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각각의 정수되는 성분과 역할이 차이나므로 이를 잘 살펴 커피향미에 최적인 것을 선택하여야 한다.

모든 커피는 물을 이용하여 커피의 성분을 녹여 향기와 맛이 나는 액체로 뽑아낸 것이다. 그러므로 물은 커피 맛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미네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물이 커피 맛에 좋은 물인지는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겠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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