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 추세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을 보유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가전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환경 개선 효과가 높은 친환경 가전 제품의 개발·생산을 확대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5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양을 줄이고, 버려지는 제품 포장재에 업사이클링을 도입하는 등 친환경 공급 체계를 구축 중이다.

삼성 네오 QLED 8K 모델과 Reducing CO2 인증 로고 이미지 / 삼성전자
삼성 네오 QLED 8K 모델과 Reducing CO2 인증 로고 이미지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모니터, 휴대폰 충전기 등 다양한 제품군에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 중이다. 2018년 이후 이들 제품군에 연간 3만톤 이상의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2030년까지 총 25만톤의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라이프스타일 TV에 적용하던 ‘에코 패키지’를 2021년형 전 제품으로 확대했다. 에코 패키지는 TV 배송 후 버려지는 포장재에 업사이클링하는 개념이다. 2020년 첫 선을 보였으며, 포장재를 이용해 고양이 집, 소형 가구 등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포장박스에 점 패턴을 적용하고 QR 코드를 넣었다.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소품 제작을 위한 설명서를 제공한다. 박스 1개당 1개의 소품만 제작해 업사이클링 한다고 해도 약 1만톤이 넘는 온실가스를 절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친환경 생활가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산학 협력에도 나섰다. 삼성전자와 고려대는 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공학관에서 '친환경 에너지 연구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측은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주요 가전 핵심 부품 에너지 고효율화 ▲재생 플라스틱 사용 확대와 자원 순환형 포장지 개발 등 친환경 소재 기술 강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친환경 냉매 적용을 위한 에어컨 요소 부품 개발 등 연구 과제를 수행한다.

2021 올해의 녹색상품에 선정된 LG전자 제품. 왼쪽부터 트롬 스타일러, 트롬 워시타워, 코드제로 A9S, 코드제로 M9, 퓨리케어 상하좌우 정수기, 디오스 인덕션 전기레인지, 디오스 광파오븐, 디오스 식기세척기 스팀,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알파, 디오스 얼음정수기냉장고 오브제컬렉션, 휘센 타워 에어컨 / LG전자
2021 올해의 녹색상품에 선정된 LG전자 제품. 왼쪽부터 트롬 스타일러, 트롬 워시타워, 코드제로 A9S, 코드제로 M9, 퓨리케어 상하좌우 정수기, 디오스 인덕션 전기레인지, 디오스 광파오븐, 디오스 식기세척기 스팀,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알파, 디오스 얼음정수기냉장고 오브제컬렉션, 휘센 타워 에어컨 / LG전자
LG전자는 제품의 개발, 생산, 사용, 폐기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제품 개발단계에서는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TV 등에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2020년 사용한 재생 플라스틱은 1만1149톤이며 2019년 대비 20%쯤 늘었다.

LG전자는 서울대공원에서 해오고 있는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가전을 포장하는 데 사용했던 종이 박스를 올해부터 매년 400개씩 기부하기로 했다. LG전자가 기부하는 포장 박스는 사자, 호랑이, 곰, 침팬지 등 다양한 동물들의 놀이도구로 사용된다.

LG 올레드 TV는 백라이트가 없는 구조로 사용하는 부품 수가 적어 자원 효율이 뛰어나다. 65인치 제품 기준, LG전자의 2021년형 올레드 TV인 ‘올레드 에보’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플라스틱은 같은 인치 LCD TV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LG전자는 플라스틱 사용량이 적은 올레드 TV 라인업을 2020년 14개에서 올해 18개까지 대폭 확대했다. LCD TV만을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올해 절감할 수 있는 플라스틱 양은 총 1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8월 12일 비영리 시민단체 녹색구매네트워크가 주관하는 '2021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상품'에서 나란히 최고 권위상을 받으며 환경 개선 노력을 인정받았다. 올해의 녹색상품은 제품 환경 개선 효과를 전문가와 소비자가 직접 평가해 시상하며, 전국 22개 소비자·환경 단체와 500명의 소비자가 평가단으로 참여한다.

삼성전자는 ‘녹색마스터피스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올해의 녹색상품을 11년 이상 받은 기업에만 준다. 네오 QLED TV, 비스포크 냉장고 등 12개 제품이 올해의 녹색상품으로 선정됐다.

김형남 삼성전자 글로벌CS센터 전무는 "삼성전자는 제품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성을 고려하기 위해 자체 친환경 평가 제도인 에코디자인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공신력 있는 대외 인증기관의 평가 기준을 활용해 제품 에너지 효율은 높이고 자원 사용은 최소화하는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2년 연속 최고 권위상인 녹색마스터피스상을 수상했다. 세탁기와 냉장고, 에어컨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총 15개 제품이 녹색상품으로 선정돼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LG전자는 생활가전 핵심부품인 모터와 컴프레서에 적용한 인버터 기술을 바탕으로 친환경·고효율 경쟁력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부사장)은 "가전명가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다 많은 고객이 최고 수준의 친환경·고효율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