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문어발 확장 막아야 소비자·영세업자 산다"

이은주 기자
입력 2021.09.07 18:27 수정 2021.09.07 18:28
"초기에는 공짜 서비스로 소비자를 모은 후 차츰 가격을 올린 카카오 택시 서비스는 앞으로의 미래에 우려를 시사한다. 카카오의 시장 확장은 장기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것이다"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토론회. 이날 토론회에는 서치원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 김남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이동원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총괄과장, 박상용 중소벤처기업부 상생협력지원과장 등이 참석했다. / 참여연대 유튜브 갈무리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하면서 국내 골목상권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카카오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입법 규제안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7일 송갑석·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카카오그룹의 계열사 숫자는 2015년 45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18개로 늘었다. 카카오는 이 과정에서 대리운전, 꽃, 퀵 서비스, 택시 서비스 등 각종 내수사업으로 진출했다. 업계에는 카카오가 독점적 지위를 활용, 업계 주요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며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온라인 플랫폼 공룡기업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이 골목상권 생태계 파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점검하고, 이를 중심으로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책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카카오의 문어발식 내수시장 침투에 따른 현장의 위기감을 전했다.

이 사무총장은 카카오가 택시, 헤어샵 등 각종 내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지배적 사업자가 된 후 업계 노동자와 영세 사업자 지위를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가 진출한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확보하고, 그 이후에 불공정한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카카오T 택시기사들은 이미 불공정 문제들을 몸으로 겪고 있다"며 "콜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콜을 배정받고 응해야만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상황에서 화장실 갈 시간 조차 없이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카카오가 헤어샵 서비스를 통해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높였다고 주장했다. 시중 헤어샵 홍보와 예약 대리 서비스의 대가로 카카오가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영세 사업자가 카카오 헤어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 지면서 이들의 협상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며 "카카오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은 카카오의 시장 확장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는 듯하지만, 독과점 사업자로 자리매김한 이후에는 가격 인상 등 행위를 통해서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실질적 선택권을 저해한다는 의미다.

그는 그 예로 카카오의 택시 요금 인상을 들었다. 장 회장은 "카카오는 처음에는 편리한 무료 서비스로 소비자를 모은 후 점차 손실을 만회하고자 전략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행보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카카오 같은 플랫폼의 공격적인 시장 침투 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기준을 담은 규제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치원 변호사는 "플랫폼 기업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점유해 경쟁사를 고사시킨 후 전략적으로 가격을 인상하지 않거나, ​​가격을 인상하고서도 소비자가 이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소비자 후생을 중심으로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문제를 판단하는 현행 규제 기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마존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아마존은 독점력을 이용해서 가격을 올리고서도, ‘쿠폰 할인율 줄이기' ‘하루에 250만번 이상 가격 바꾸기’ ‘개별 소비자 성향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AI 알고리즘이 분류해 가격을 조정하기' 등을 통해 가격 인상 사실을 규제 당국이 입증해 규제하는 행위조차 어렵게 만든다.

서 변호사는 "국내에서 골목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카카오 또한 아마존의 행보를 밟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없다"며 "개별 기업의 불공정행위가 시장경쟁에 미치는 종합적 영향을 고려한 규제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 플랫폼의 승자독식 경향을 견제하고 카카오를 비롯한 대기업 온라인 플랫폼과 골목상권 생태계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카카오 등의 본격적 이윤추출 행위를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플랫폼 경제의 복합성을 인지하고 새 규제안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동원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은 "현재 법률로는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 견제가 쉽지 않다는 데 공감한다"며 플랫폼 경제의 양면시장 성격과, 새롭게 파생된 데이터 독식 문제를 고려한 새 규제안들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당 의원들은 국정감사 핵심 안건으로 ‘플랫폼 경제'를 선정하고 시장 지배력 남용 문제에 대해서 다룰 것을 시사했다. 현재 국회안에는 정부안, 의원입법안까지 7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이 계류중이다.

송갑석 의원은 "혁신과 성장의 상징이었던 카카오가 소상공인에 높은 수수료를, 국민에게는 비싼 이용료를 청구하며 이익만 극대화하는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면서 "이번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의 무자비한 사업확장의 문제를 강력히 지적하고,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역시 서면축사에서 "혁신 기업을 자부하는 카카오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했던 과거 대기업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며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고 소상공인과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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