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심판과 선수 겸하는 행위는 엄정 대응 시사
전문가들 "공정성·중립성·편향성 개념 모호하다"

"온라인 플랫폼 중심 디지털 경제에서는 검색 알고리즘에 따른 노출 순위가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심판과 선수를 겸하는 핵심 플랫폼 사업자가 자기사업(self-preferencing)을 우대하기 위해 알고리즘 규칙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고 왜곡하는 것에 엄정 대응하겠다"

공정위가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의 자기사업 우대행위에 강한 규제 의지를 드러냈다. 검색 중립성과 같이 플랫폼 의무를 부여하는 지침이나 시행령을 마련해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왼쪽부터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황 한국경쟁법학회 회장, 한종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등 토론 참여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공정위 유튜브 화면 갈무리
왼쪽부터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황 한국경쟁법학회 회장, 한종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등 토론 참여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공정위 유튜브 화면 갈무리
10일 공정위는 한국산업조직학회와 함께 서울대한상공회의소에서 ‘알고리즘 공정성 투명성과 경쟁이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네이버의 자사 쇼핑 콘텐츠 우선 노출, 쿠팡의 자사 PB상품 집중 노출, 카카오모빌리티의 등 ‘자사우대행위'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했다.

자사우대란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플랫폼을 통해 영업하는 이용사업자과 함께 경쟁하면서 자신의 서비스 운영과정이나 노출 등에서 유리하게 만드는 행위를 의미한다. 예컨대 쿠팡이 특정 상품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자기 서비스 공간에서, 자신들의 운영하는 PB상품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노출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플랫폼의 자사우대행위가 시장경쟁 질서를 왜곡하지 않도록 규제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중심 디지털 경제에서는 검색 알고리즘에 따른 노출 순위가 시장의 승자와 패자를 가를 수 있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색 결과 상단부에 우선 노출된 사업자의 매출액은 급증할 수 있는 반면, 검색 결과 하단 부분에 노출되면 수익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주요 플랫폼의 검색 알고리즘이 중소사업자의 성과를 좌우하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또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심판'과 ‘선수'의 이중적 지위를 겸하는 사업자가 자신의 유리한 지위를 악용해서 경쟁을 왜곡하는 행위를 문제로 지적하며 카카오 모빌리티를 정확히 겨냥했다.

그는 네이버쇼핑의 자사우대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앞선 시정조치를 언급하면서 "국내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이 가맹택시에만 배차를 몰아주고 비가맹택시를 몰아줘 공정위는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심판과 선수를 겸하는 핵심 플랫폼 사업자가 자기사업을 우대하기 위해 규칙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고 왜곡하는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개별 사업자를 사후 조사하고 시정하는 것 외에도, 플랫폼 분야의 거래규칙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법안 마련도 효과적인 해법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성근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 과장은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자기사업 우대행위와 이에 기반한 플랫폼의 지속적 지배력 확장에 대해 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현재 네이버, 카카오의 수많은 계열사 가운데 다수 사업가 네이버, 카카오의 기존 지위에 의존한다"며 "플랫폼 사업자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만큼 시장 지배력을 전이시키는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는 자사우대금지 규정이 지난해 말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반영되지 못했지만, 향후에는 시행령 내에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알고리즘 공정성·중립성·편향성 개념 ‘모호' 지적도

현재 공정위는 자사우대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알고리즘 사업자에 검색 중립성 등 의무를 부여할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이중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특별히 우대해 시장질서를 왜곡하지 않도록 하려면, 알고리즘의 중립적 운영 필요성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검색 경쟁당국이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입증하고, 중립적이고 공정한 운영을 견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윤경수 가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알고리즘이 편향적인지, 자기사업을 우대하기 위해 짜여졌는지를 경쟁당국이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플랫폼은 검색 품질을 훼손해 자기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낮추면서까지 자기사업을 우대하면 도리어 수익 악화에 직면한다. 그렇기 때문에 검색 결과만을 놓고 자사 서비스 우선 노출이 실제 의도적 순위 조작 때문인지를 감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자사 콘텐츠가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 우수한 품질을 가졌기 때문에 해당 알고리즘이 이를 우선 노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는 "자사우대와 관련된 검색 편향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해당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라며 "이는 실효성이 높지 않은 만큼 편향성을 검증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난설헌 연세대학교 교수는 어떤 알고리즘이 공정하고, 중립적인지를 정의하기는 모호하다고 보면서 "알고리의 투명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최 교수는 EU경쟁당국의 구글쇼핑 건 등 자사우대 관련 주요 심결례와 해외 입법 동향을 소개하면서 해외에서는 플랫폼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EU의 알고리즘 규제는 대부분 ‘투명성' 확보를 통해서 책임을 견인하는 차원의 논의가 있다"며 "알고리즘이 입점업체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선 최소한 영업비밀이 아닌 선에서 플랫폼이 투명히 알려줘야 한다는 맥락이다. 우리도 알고리즘의 투명성에 대해서 균형 갖춘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u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