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장보기로 골목상권 침투 네이버, 상생 빠져

김형원 기자
입력 2021.10.17 06:00
네이버가 신세계와 손잡고 온라인 장보기 사업 강화에 나섰는데, 이번 협력이 골목상권 생존권을 침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네 곳곳에 있는 편의점과 동네슈퍼 등 동네 업체들이 대기업에 시장을 뺏길 수 있다. 소규모 퀵커머스 플랫폼들 역시 네이버의 공격적 시장 확장에 긴장한다.

쓱배송 차량 / 조선DB
네이버는 최근 신세계 계열 SSG닷컴과 손잡고 ‘네이버 이마트 장보기’ 서비스를 오픈했다. 3월 신세계그룹과 지분교환을 통한 업무 협업 일환이다. 네이버는 이용자들의 장보기 선택권을 넓히고 편의성을 강화하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페이 결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으로 최대 8% 적립을 제공해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는 네이버가 신세계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자사 장보기 플랫폼을 강화할 수 있고, 신세계는 네이버를 통해 거래액과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는 코로나19 장기화와 비대면 쇼핑의 일상화로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G마켓·옥션의 올해 1~9월 식품·생필품 등 장보기 상품군 거래액은 코로나 발생 이전인 3년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거대 플랫폼의 골목상권 장악 과정에 기존 기업과의 상생은 빠져있다는 데 있다. 전 국민이 쓴다고 평가받는 네이버 검색을 무기로 동네상권은 물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소형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지역 중심 하이퍼로컬 서비스마저 옥죈다. 지역 기반 업체들과 비즈니스를 공유하는 모델은 아니다.

로마켓 등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온라인 장보기 사업을 진행하는 소규모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대기업을 상대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네상권 기반 퀵커머스 업체 한 관계자는 "지역 중심 소규모 장보기 서비스는 네이버 등 유통 대기업의 공세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며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이 골목상권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편의점과 동네마트 점주 단체는 정부를 상대로 대형 플랫폼의 골목상권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무늬만 플랫폼이지 사실상 유통업체라는 주장이다.

당근마켓 등 골목상권 중심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도 네이버의 골목상권 침범이 달갑지 않다.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면 소규모 업체들이 손을 쓸 방법이 거의 없다.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등 겉으로는 상생을 외치지만 전망 있는 사업분야에는 공격적으로 나온다"며 "중소 스타트업은 대규모 자본력 앞에 무력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네이버의 온라인 장보기 강화에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네이버의 장보기 서비스가 유통업체 중심의 기존 경쟁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 실적은 빠른 상승세를 보인다. 네이버에 따르면 3분기 장보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0% 증가했다. SSG와 마찬가지로 홈플러스도 네이버 장보기 제휴에 나섰다. 회사는 서비스 제휴를 통해 연간 온라인 매출을 1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대형 유통업체들 사이에서도 네이버는 ‘슈퍼 갑’이란 평가가 나온다. 2020년 기준 e커머스 거래액 27조원으로 같은 기간 국내 전체 e커머스 거래액의 18%쯤을 가져갔고, 4100만명의 이용자를 기반으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네이버 온라인 장보기가 유통업체에게 실익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많은 이용자를 바탕으로 단기간 매출은 끌어올릴지 모르나, 수수료로 인해 수익성이 낮고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의 핵심인 자체 이용자 확보는 어렵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골목상권 침투가 잘못하면 가격 할인 기반 과열경쟁만 불러 일으킨 나머지 자금력이 영세한 기업을 도산 위기로 몰 수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 SSG가 네이버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에 입점한 것은 회원수 부족 탓이지만, 네이버 검색으로 이용자를 단기적으로 확보해도 이들 이용자는 결국 네이버에 머물 뿐 실익이 없다"며 "네이버의 온라인 장보기 사업 강화가 유통업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좀 더 지켜봐야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수익률이 하락도 문제점이다.

또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치열한 유통경쟁 탓에 신선식품 등 장보기 상품 마진이 낮은 상황이다"며 "네이버에 추가로 수수료까지 지불해야 할 경우 장기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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