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양대 포털 기업에는 정기인사가 없다. 대신 각각 2주, 1주 간격으로 조직개편을 진행한다. 이같은 수시개편 구조는 변화가 극심한 IT업계 생태계에 맞춰 효율화를 위해 도입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잦은 개편에 따른 효율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도 나온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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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2주, 카카오는 1주"…수시로 이뤄지는 조직개편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2주 간격으로 조직개편을 진행한다. 새로운 TF조직이 생겨나거나 사라진다. 이에 맞춰 팀을 옮기는 임직원도 생긴다. 전사적 규모의 개편이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수시로 새 사업 대응을 위한 미세한 단위의 조직개편이 이뤄진다. 조직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임직원 소속팀이 바뀌거나 직책이 바뀌는 식이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 관계자는 "한때는 잦은 개편으로 맡고 있는 직책이 4개에 달했던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직원은 몇 달 만에 만나면 명함이 바뀌어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도 비슷하다. 네이버보다 오히려 주기는 더 짧다. 매주 개편이 이뤄진다. 개발자 조직과 기획자 조직을 두고, 새로 서비스를 시작하면 필요인력을 해당 팀에 새롭게 배치하는 기능별 조직 시스템을 운영한다.

구글도 엇비슷하다. 관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구글도 네이버와 카카오처럼 정기인사를 따로 진행하지 않는 대신 매주 조직도에 새로운 조직 구성을 반영한다.

이같은 수시개편은 빠른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 산업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술과 경쟁자 등장에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빅테크 기업은 새로운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영위하는 사업이 많은데다, 지속 확장하는 만큼 이에 맞춘 인력 수요에 대응하는 측면이다.

반면 같은 IT업계라도 게임업계는 이같은 수시개편이 이뤄지지 않는다. 게임을 기획하고 탄생시키는 데에 있어 상당히 긴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빈번한 조직개편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높지 않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에 중요한 것은 새로운 서비스 기획 역량 그 자체다"라며 "서비스가 기획돼 실행되면 서비스 유지를 위한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선 타 사업으로 이동시킬 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업무 연속성·효율성에 제기되는 의문

정작 이동의 당사자인 내부 직원들은 이같은 잦은 개편으로 인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잦은 변경으로 인해 임직원 단위에서 업무의 연속성 보장 범위가 짧아 능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네이버 노동조합 관계자는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항상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어떤 C레벨 임원이 비즈니스를 가져가는지에 따라 해당 팀에 변화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원 개인 관점에서는 개편으로 인해 소속된 팀이 달라지면서,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업무 범위가 빈번하게 변화하면서 효율성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카카오 직원도 "내부에선 실제 변화 속도에 비해 조직개편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이런식의 개편이 실제로 시장 대응에 효용이 있고 효율적 방식인지 검증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