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자사의 첫 100큐비트 이상을 달성한 차세대 양자 프로세서 ‘이글(Eagle)’을 공개했다. 발 빠른 세자릿수 큐비트 달성을 통해 미래 컴퓨팅 기술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양자컴퓨터 부문의 기술 지배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를 완전히 넘어서는 ‘양자 우위’ 시대로 진입하는데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공개한 ‘이글’은 2019년 공개한 27큐비트의 ‘팔콘(Falcon)’, 2020년 65큐비트의 ‘허밍버드(Hummingbird)’ 프로세서에 이은 IBM의 세 번째 양자 프로세서다. 특히 IBM이 개발한 첫 100큐비트 이상의 양자 프로세서인 이글은 기존 허밍버드의 거의 2배에 달하는 127큐비트를 구현했다.
IBM 연구팀은 기존 양자 프로세서에서 오류를 줄인 큐비트 배열 디자인과 필수 구성 요소의 수를 줄인 아키텍처 등의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큐비트를 단일 레이어 상에 유지하는 동시에, 프로세서 내에 복잡하게 배치된 배선을 최적화함으로써 질적으로 높은 큐비트를 유지함과 동시에 그 수를 대폭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127큐비트를 구현한 이글 프로세서는 전통적인 컴퓨터로는 완벽히 시뮬레이션할 수 없는 단계에서도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복잡한 실험과 예측, 애플리케이션 실행이 가능하다고 IBM 측은 강조했다. 실제로, 127큐비트 프로세서의 양자 상태를 일반적인 비트로 나타내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약 75억 이상의 인구를 구성한 원자의 숫자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숫자가 필요하다고 IBM은 덧붙였다.
IBM은 이러한 연산 성능을 바탕으로 이글 프로세서가 향후 에너지 분야나 신약 개발, 신소재 개발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분자와 물질의 모델링 작업은 물론, 더욱 정교하고 정확한 금융 사기 탐지, 지구적 규모의 연구 과제 해결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 관련 국내 산학 협력도 더욱 강화한다. IBM은 기존에 협업하던 성균관대와 KAIST에 이어, 연세대와 새로이 손을 잡았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 부문에서 기술 및 경쟁력을 갖춘 연세대의 장점이 향후 의료 분야에서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 개발과 활용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이 감베타(Jay Gambetta) IBM 펠로우 겸 IBM 퀀텀 부사장은 15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127큐비트를 달성한 이글의 발표를 통해 양자 컴퓨터 분야는 굉장히 흥미진진한 시대에 접어들었다"라며 "100큐비트를 넘으면 전통적인 컴퓨터로는 슬슬 예측이 불가능한 단계다. 그만큼 이글의 개발은 양자컴퓨터 분야의 중요한 변곡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하고, 앞으로 양자컴퓨터를 어떤 분야에 적용할지 탐구를 시작하는 단계다. 앞으로 더 많은 사용자들이 어떤 분야에서 어떤 발견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IBM은 16일(미국 현지시각) 막을 올리는 ‘IBM 퀀텀 서밋(IBM Quantum Summit)’ 행사에서 이글 양자 프로세서와 이와 관련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부문의 주요 성과를 자세하게 선보일 계획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